발의: 나 사실 이렇게 돈 마련했어

벤처 생태계에서 펀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벤처캐피탈은 펀딩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재원을 마련해 펀드를 결성하고, 펀드에 마련한 돈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투자한 후 벤처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후 관리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펀딩은 중요성에 비해 자주 논의되진 않는다. 당장 구글에 검색을 해봐도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법',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는 법', '올해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 영역'과 같은 항목이 뜬다. 투자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현역 VC 중에서도 벤처캐피탈이 도대체 어디에서 자금을 끌어오는지, 그 자금을 구하기 위해 어디를 가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벤처캐피탈 생태계 안에서도 베일에 싸인 이야기다.

 

벤처캐피탈은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 일반 법인 회사 등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결성한다. 이들을 그간 이해하기 쉽도록 투자자로 말했지만, 더욱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유한책임조합원으로 보통 LP라 불린다. 결성되는 펀드 관점에서 이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다.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되는 펀드에서 이들은 유한한 책임만 있는 주체다. 주식회사 주주들처럼 투자한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투자금만 잃게 되고, 다른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벤처캐피탈은? 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으로 GP라 불린다. GP는 펀드를 운용하고 수익을 낸다. 이 과정에서 펀드의 관리 보수와 성과 보수를 받아 운영한다. 이처럼 벤처캐피탈은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집해야만 투자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펀드 결성을 위해 돈을 끌어오는 점에서는 '투자를 받는 회사'이기도 하고, 펀드를 결성한 재원으로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므로 '투자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펀딩은
벤처캐피탈의 시작이다

그리고 남의 돈을 끌어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업계 내부적으로 투자자 정보나 펀딩 노하우는 일종의 사업 기밀처럼 취급한다. 그 어떤 벤처캐피탈도 "나 사실 이렇게 돈 마련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경쟁자는 투자자에게 달려가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다음은? 서로 하이에나가 되어 내가 먹을 고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서로 으르렁대다가 피투성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