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투자보다 중요한 게 사후 관리와 회수다.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으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여기서 영향력이란 '돈을 줬으니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는 갑질이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투자 회사를 앞에서 이끌거나 뒤에서 미는 선한 조력(助力)을 의미한다. 투자 이후 벤처캐피탈이 진행하는 사후 관리와 회수는 벤처투자의 중요한 영역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것도 중요하다
사후 관리는 투자가 이루어진 뒤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약 3~5년 동안 벤처캐피탈이 해당 투자를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벤처캐피탈이 투자기업의 사업 성과와 재무 정보 등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보고하는 일이다. 넓은 의미로는 벤처캐피탈이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value-up)을 위해 하는 모든 업무를 말한다.
'투자 유치'는 미디어들의 뉴스거리가 되지만, 투자 이후의 길고도 일상적인 사후 관리 업무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벤처캐피탈과 투자기업이 나누는 대부분의 정보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경영 현안이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이유도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살다 보면 투자만큼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 투자를 집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어떻게 사후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일이라면, 사후 관리는 뽑은 선수를 트레이닝하고 전략을 조언하는 일과 같다. 어떻게 사후 관리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벤처투자 사후 관리를 가르치는 책이나 교재도 없다. 심지어 벤처캐피탈 내부 선배나 상사들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든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각자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사후 관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