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1: 크게 이기는 놈이 없다

돈을 투자하는 일은 벤처캐피탈업의 기본이다. 투자 단계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작은 투자 규모와 단기 회수 중심 문화에 있다.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 아닌가? 작은 투자 규모와 단기 회수 중심 문화가 왜 문제라는 걸까? 이를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벤처캐피탈업의 소명 의식,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임, 역할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수익률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국내 벤처캐피탈 산업의 짧은 역사에서도 훌륭한 수익률을 창출한 벤처캐피탈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부터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혁신 기업이 각 국가의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중국・이스라엘 등의 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되어 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상장까지 한 기업은 증권가에서 이른바 '잡주'라고 불리는 작은 시가총액 규모의 기업이 대부분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업의 출현과 그 조력자 역할인 벤처캐피탈의 투자 집행을 통해 미래에는 대기업을 넘어서는 '크게 이기는 놈'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바라본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다.

 

1. 한국 벤처캐피탈의 영향력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벤처캐피탈은 양적으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각국 정부들이 의욕적으로 정책 자금을 풀면서 벤처시장은 호시절을 맞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세계적인 창업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2009년 8600억 원 수준이던 벤처캐피탈 연간 투자 금액은 2015년 2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엔 약 2조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아직 멀었다'고 겸손을 떨기엔 업계 상황이 좋아진 게 사실이다.

* 관련 기사: 한국 시장 눈독 들이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인베스트조선, 2018.7.26)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 벤처캐피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아 성장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해 기존 대기업과 경쟁을 벌여 시장을 휩쓴 전사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코스피 상위 기업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등 익숙한 과거의 이름뿐이다. 여전히 기존 재벌 기업 위주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