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로컬리제이션을 고민하다
로컬리제이션팀을 만들고, 좋은 번역사나 번역 업체를 구해 좋은 품질의 번역을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면, 로컬리제이션은 끝난 것일까? 로컬리제이션은 번역 그 이상이라고 서두에 언급한 바 있다. 단순 번역이 아닌 진정한 로컬리제이션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공간이 필요한 게스트와 빌려줄 공간이 있는 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제품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을 통해 만나므로 호스트와 게스트의 언어가 다른 경우가 60% 이상이다.
바로 여기서 에어비앤비 로컬리제이션의 고민이 시작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정확한 사진과 상세한 숙소 설명을 입력하도록 요청한다. 그래야 게스트가 원하는 숙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스트는 숙소 설명을 다양한 언어로 올릴 수 있다. '언어 추가' 버튼을 눌러 여러 언어로 올린 설명은 게스트의 언어 설정에 따라 해당 언어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한국인 호스트가 서울 숙소를 한국어와 영어로 올리면, 한국어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스트에게는 한국어 설명이, 다른 언어로 사용하는 게스트에게는 영어 설명이 보인다.
한국인 게스트가 스페인 호스트의 숙소를 검색한다고 치자. 호스트가 스페인어로만 숙소 설명을 올렸을 경우 당연히 스페인어로만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페인어를 모르면 예약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설명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을 통해 기계 번역이 제공된다. 번역의 질은 좋지 않다.
그럼, 에어비앤비가 숙소 설명을
모두 번역해주면 안 되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선 법적인 문제다. 에어비앤비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용자 콘텐츠에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허위 정보를 올리거나 부정확한 설명으로 문제가 된 사용자는 계정을 중지하거나 숙소를 내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만, 콘텐츠를 에어비앤비가 직접 수정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로컬리제이션을 고민하다
로컬리제이션팀을 만들고, 좋은 번역사나 번역 업체를 구해 좋은 품질의 번역을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면, 로컬리제이션은 끝난 것일까? 로컬리제이션은 번역 그 이상이라고 서두에 언급한 바 있다. 단순 번역이 아닌 진정한 로컬리제이션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공간이 필요한 게스트와 빌려줄 공간이 있는 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제품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을 통해 만나므로 호스트와 게스트의 언어가 다른 경우가 60% 이상이다.
바로 여기서 에어비앤비 로컬리제이션의 고민이 시작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정확한 사진과 상세한 숙소 설명을 입력하도록 요청한다. 그래야 게스트가 원하는 숙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스트는 숙소 설명을 다양한 언어로 올릴 수 있다. '언어 추가' 버튼을 눌러 여러 언어로 올린 설명은 게스트의 언어 설정에 따라 해당 언어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한국인 호스트가 서울 숙소를 한국어와 영어로 올리면, 한국어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스트에게는 한국어 설명이, 다른 언어로 사용하는 게스트에게는 영어 설명이 보인다.
한국인 게스트가 스페인 호스트의 숙소를 검색한다고 치자. 호스트가 스페인어로만 숙소 설명을 올렸을 경우 당연히 스페인어로만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페인어를 모르면 예약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설명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을 통해 기계 번역이 제공된다. 번역의 질은 좋지 않다.
그럼, 에어비앤비가 숙소 설명을
모두 번역해주면 안 되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선 법적인 문제다. 에어비앤비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용자 콘텐츠에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허위 정보를 올리거나 부정확한 설명으로 문제가 된 사용자는 계정을 중지하거나 숙소를 내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만, 콘텐츠를 에어비앤비가 직접 수정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만약 에어비앤비가 사용자 콘텐츠를 번역해서 제공한다면 어떤 언어로 제공할 것이며,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숙소 설명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에어비앤비에서 사용자 경험은 온라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스트와 게스트는 처음엔 온라인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지만 결국에는 오프라인에서 최종 마무리된다. 온라인에서 언어의 장벽을 해결해주더라도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에어비앤비가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제주 프로젝트
이런 고민을 머릿속으로만 하다가 실천에 옮긴 프로젝트가 2015년 말 진행했던 제주 프로젝트다.
시작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커뮤니티팀(Host and Community Operations, HCO) 전현준 팀장의 아이디어였다. 제주에는 좋은 숙소가 많은데 한국어 설명만 올라와 있어 외국인 게스트를 많이 받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에 있는 숙소 중 영어 설명을 올린 숙소는 3분의 1에 불과했고 중국어 설명이 있는 숙소는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회사 차원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숙소 설명을 제공할 수는 없을지 논의를 시작했다.
법적인 리스크도 있고, 장기적으로 과연 지속가능한 모델일지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외국인 게스트가 왔는데 의사소통이 너무 안 되면 어떡하나 등의 우려도 있었지만 호스트 커뮤니티팀과 로컬리제이션팀의 단기 프로젝트로 본사의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에어비앤비가 직접 사용자 콘텐츠에 손대는 것을 피하고자 이 프로젝트에 동의한 호스트와 제3자인 번역 업체를 연결해주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한국어 설명으로만 된 780개의 숙소 중 절반은 효과 검증을 위해 통제군으로 두고, 나머지 절반에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물었다.
참여 의사를 밝힌 210개 숙소에 영어와 중국어 설명을 추가하고 3개월간 한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게스트의 조회 수, 숙소를 조회한 게스트 중 호스트에게 연락하는 비율, 전체 연락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영어와 중국어 설명이 추가된 실험군 숙소의 조회 수가 통제군 숙소 대비 34% 높았고, 실제 예약률은 18% 증가(95% 신뢰수준)했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 대비 예약률 증가로 생긴 추가 매출 또한 2.7배나 되었다.
매우 성공적인 프로젝트란 평을 받으며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아직 사용자 콘텐츠는 구글 번역 버튼만으로 현지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번역하느냐 안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모든 요소를 번역하는 것이 반드시 잘 된 현지화를 이끄는 건 아니다. 원문을 유지할 때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구글 홈페이지의 한국어 버전이다. '검색'만 한글이고 'Google'과 'I'm Feeling Lucky' 버튼은 영어로 남겨 두었다. 왜 그랬을까?
Google은 텍스트보다 컬러풀한 로고로 사람들에게 더 각인되어 있다. 구글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하얀 바탕에 까만 글씨 'Google' 보다는 로고 이미지의 'Google'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굳이 '구글'이라는 낯선 글자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넣기보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영문 브랜드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I'm Feeling Lucky'는 왜 그대로 두었을까. 이 버튼 하나를 가지고 몇 개월을 고민했다. PR, 마케팅 등 관련 부서와 다양하게 논의도 했다. 영어로 두기로 한 결정은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 이유는 적절한 번역을 찾기 어려웠다. 내가 구글에 입사하기 전, 이 버튼은 '운 좋은 예감'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어색하고 무슨 기능인지 모르겠다는 평이 대다수여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적절한 한국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번역이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버튼이 구글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이다. 한국에서 구글 코리아의 업종은 당연히 기술 분야에 속할 것 같지만, '광고업'으로 분류된다. 구글 플레이와 안드로이드의 성장으로 수치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 매출에서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검색어를 입력한 뒤 'I'm Feeling Lucky' 버튼을 누르면 검색 결과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구글이 사용자가 찾는 페이지라고 추측하는 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 가령 '에어비앤비'를 검색하고 'I'm Feeling Lucky' 버튼을 누르면 '에어비앤비' 키워드가 포함된 검색 결과 목록을 건너뛰어 에어비앤비 홈페이지로 바로 보내는 식이다.
내가 원하는 사이트 찾기를 전적으로 구글에 맡긴다는 면에서 'I'm Feeling Lucky'를 해석해보면 '내 운을 시험해보겠어' 정도가 되겠다. 사용자 입장에서야 정확히 안내만 된다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겠지만, 대부분 사용자는 어떤 페이지로 연결되나 재미 삼아 클릭해보곤 한다.
그런데 이 버튼이 구글의 광고 수입을 빼앗는다. 검색결과 페이지 상단에 뜨는 광고의 노출 횟수나 사용자의 클릭 횟수로 구글에 광고 수입이 들어오는데 아예 그 페이지를 건너뛰기 때문이다.
이 버튼은 구글과 처음부터 함께 했고, 구글 검색 결과의 뛰어난 품질을 증명해주는 버튼이지만, 사용자가 클릭하면 할수록 구글의 광고 수입에 악영향을 주는 버튼이다. 공들여 사용을 독려하기보다는 영어로 두어 관심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반대로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를
현지화하는 선택도 있다
'Airbnb' 브랜드가 가지는 인지도와 가치는 무시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 읽히지 않아 '에어비앤비' 발음 그대로 한글 표기*하는 전략을 취했다.
* 음역(Transliterate): 한 언어의 발음을 다른 언어로 표기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옛날에는 주로 외국어 발음을 한자음으로 표기하곤 했다. 예를 들어 'Club'을 '俱樂部'로 표기하는 식이다.
중국어의 경우에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브랜딩을 새로 했다. 발음이 '에어비앤비'와 비슷하면서 의미도 비슷한 이름을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중국 에어비앤비의 네이밍인 '爱彼迎'은 'ai bi ying'으로 읽히는데 각각 '사랑, 서로, 맞이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서로 사랑으로 맞이하다'는 뜻이다.
'Airbnb'가 발음하기 어렵고, 중국어의 경우에는 발음이 비슷하며 좋은 의미를 담은 한자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제품 개발, 디자인 단계부터 다른 언어를 생각하라
로컬리제이션팀은 업무 특성상 개발자, 디자이너와 긴밀하게 일한다. 회사와 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관계가 잘 구축된 경우에는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로컬리제이션팀에 자문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이미지에 텍스트를 넣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가능하면 텍스트는 넣지 마세요"라고 답한다.
이미지에 포함된 텍스트는 로컬리제이션에 손이 많이 간다. 코딩된 텍스트는 TMS 툴을 통해서 번역해 넣을 수 있지만, 이미지 텍스트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번역 텍스트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 스크린샷을 넣어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개 페이지에는 부득이하게 이미지에 텍스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래는 카카오톡 소개 페이지 영어 버전과 라인 소개 페이지 영어 버전의 일부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카카오의 소개 페이지는 텍스트만 영어로 번역하고 이미지로 들어간 스크린 캡처에는 한국어가 그대로 보인다. 반면 라인은 라인 앱의 영어 버전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은 스크린을 캡처한 이미지를 삽입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때로는 더 좋은 디자인을 하려는 시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래는 에어비앤비 플러스 숙소를 도시별로 보여주는 스크린이다. 디자인에 강점을 두는 에어비앤비답게 도시를 강조하는 밑줄을 예쁘게 그었다.
그런데 이 밑줄은 어순이 다른 한국어에서는 잘못 표시된다. 마지막 단어에 밑줄이 그어지도록 설정해두어 한국어와 일본어에는 강조하지 않아도 될 '숙소'에 밑줄이 그어졌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개발 단계에서 고려해야 출발 언어뿐 아니라 지원하는 모든 언어와 시장에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언어마다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버튼을 만들 때 충분히 공간이 있는지, 한 줄이 넘어가는 언어가 있어도 괜찮은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사용자가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관계 맺기다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메뉴와 버튼 위치까지 고민하는 것도 사용자와 관계를 수월하게 맺기 위해서다.
다음은 크롬 브라우저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 크롬 제거 메뉴를 누르면 뜨는 팝업창이다. 지금은 당당하게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크롬이지만 2008년 출시되었을 당시, 한국에서는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했다. 궁금해서 다운받기는 했으나 조금 써보고 익숙하지 않아 포기하려는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애교 부린 것을 볼 수 있다.
"Was it something we said?"를 직역하면 "우리가 뭔가 말실수 한 거야?", 의역하면 "우리가 뭐 잘못했니?"이겠지만, "크롬이 마음에 안 드세요?"라는 한국어로 표현했고, 당황스러운 이모티콘을 추가했다. 구글 로컬리제이션에 이모티콘을 사용한 첫 사례였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차마 제거할 수 없었다는 캡처 화면도 당시 커뮤니티에서 꽤 돌았던 기억이 있다.
글로벌하면서 로컬한 비즈니스
조 자데(Joe Zadeh) 에어비앤비 부사장은 2016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 관련 기사: How Airbnb Expanded To 190 Countries By Thinking 'Glocal' (Forbes, 2016. 5. 3)
에어비앤비는 어디서나 사용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하면서 로컬한(Global and Local) 비즈니스여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Live the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현지인과 어울리고, 현지의 문화와 감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Belong Anywhere) 도전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진정한 로컬리제이션(True Localization)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고민이 다를 것이다. 정답은 각자 찾아야 하지만 비슷하게 고민하고 업계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챕터 7, 8에서는 로컬리제이션 전문가 5명으로부터 현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들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