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리제이션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보통 시장 진출의 기회가 보이면 기업은 조급한 마음에 당장 번역부터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로컬리제이션이 잘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계속 앞만 보고 달린다. 새로운 시장이 보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결국 비즈니스는 커지는데 비효율적인 로컬리제이션 프로세스와 제대로 현지화되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만 늘어가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

로컬리제이션은
잘못된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아예 세우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에어비앤비도 다르지 않았다. 창업 이후 4년 만인 2011년,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어떤 시장을 언제 공략할지 전략을 세우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멀리 돌아오기도 했다. 로컬리제이션팀도 2013년에야 만들어졌다.

 

내가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2014년 말 즈음, 이미 구글의 로컬리제이션은 업계 교과서로 통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 의식을 느끼고, 시스템을 개선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더는 재미를 찾기 어려웠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에어비앤비 로컬리제이션팀에 이직을 결심한 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엔지니어들이 제품을 개발하면, UI의 텍스트가 자동으로 번역 툴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로컬리제이션팀에는 해당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언제 어떤 콘텐츠가 등록되는지 알 수 없으니, 프로젝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번역 툴도 데드라인을 정하거나 번역사에게 프로젝트를 할당하는 등의 기본 기능도 없어 누군가 접속해서 번역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로컬리제이션에서 중요한 컨텍스트, 즉 이 텍스트가 어디에 들어가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의 맥락도 번역사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번역사 입장에서는 눈 감고 번역하는 셈이었다.

로컬리제이션 번역사의 작업 환경을 엿볼 수 있는 에어비앤비 번역 툴 (이미지 제공: 장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