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이 서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책방을 열기 전, 2013년 2월부터 7개월 동안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해 육로로 이동하며 싱가포르까지 책방 여행을 떠났습니다. 처음 계획은 1년이었고, 유럽까지 여행하며 책방을 보고 오는 것이 목표였죠.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배낭여행이었으니 짐을 최소화해야만 움직이기 쉬웠으니까요. 노트북 전원 어댑터까지 여행용으로 바꿀 정도로 배낭 무게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아쉬웠던 건 책이었습니다. 여행하면서도 읽을만한 책을 들고 가고 싶었지만 가장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거란 사실이 뻔했으니 특단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지고 가고픈 책을 몇 권 골라 스캔 업체에 보내 PDF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지라 많은 책을 스캔할 수도 없었습니다. 스캔을 끝내면 책을 폐기하거나 다시 제본을 하는데 제본하는 비용은 따로 내야 했죠. 그렇게 줄이고 줄인 배낭의 무게는 노트북을 포함해 약 11킬로그램이었습니다. 꽤 성공적인 감량이었죠.

 

여행에서 다시 돌아온 이후에는 다시 스캔 업체를 이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길게 여행을 떠날 일도 없었고, 무엇보다 스캔을 맡기면 책등을 잘라내고 책에 상처를 낼 수밖에 없으니 더는 맡기고 싶지 않더군요. 한때 붐이었던 스캔 업체들은 저작권법 단속대상이 되어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노트북으로 PDF 파일을 열어 독서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노트북 화면으로 오랫동안 글자를 읽으면 눈이 피로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동남아시아 같은 무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 노트북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가 도저히 내용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전원을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해 파일을 여는 귀찮음도 빼놓을 수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