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아플 때 자가 치료법
책이 망가지지 않도록 다루는 방법에 관해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책을 사랑한 선비로 이름이 높은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이렇게 조언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라. 책머리를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 이덕무,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솔(1996)에서 재인용
만약 선생이 제 하는 꼴을 보았다면 기겁하고 호통을 치셨을 듯합니다. 선생의 가르침 중 몇 가지는 저도 굉장히 싫어하는 행동(특히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거나 밑줄을 긋거나 하는)이지만 가끔 책을 베고 자기도 하고 머리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합니다. 힘차게 책장을 넘기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헌책방 책방지기이다 보니 먼지 가득한 책은 어쩔 수 없이 힘껏 두들겨 먼지를 떨어내기도 합니다. 그전에 솔로 먼저 쓸어 내긴 합니다만. 이덕무 선생처럼 책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이 세상 책은 모두 천수를 누리다 못해 영원히 살 수도 있을 듯합니다.
모든 사람이 책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는 건 아니죠. 책방으로 들어오는 책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 먹고 곰팡이 피고 찢어지고 불에 그슬리고 쥐나 벌레가 쏠거나 모진 풍상을 다 겪고 들어오는 책들도 있으니까요. 구하기 힘든 책인데 다시 살리기 힘들 정도로 상처가 있는 경우엔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