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싸개에 관한 옛 기억

헌책방이지만 가끔 새 책을 가져다 팔기도 했습니다. 새 책을 사시면 책싸개를 해 드렸죠. 할인을 해 드릴 수 없어 책싸개 해 드리는 걸 궁여지책으로 삼았습니다. 책싸개 서비스를 받으신 손님 반응이 의외로 좋더군요. 옛 생각이 난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교과서를 받으면
책싸개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터라 사료부대 속지나 달력으로 책싸개를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책싸개를 해 주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이가 교과서를 가져왔을 때 "책싸개 해 줄까?" 물었더니 "에이~ 아빠는 촌스럽게 그런 걸 왜 해."라며 웃더군요.

 

학창 시절, 공부는 못했지만 책만은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밑줄 긋기나 별표 치기 혐오주의자였는데 성적이 바닥 가까이에서 놀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왜 이리 책이 깨끗해"라는 선생님의 야단은 저에게 일종의 명예였습니다. 유난을 떨 정도로 꼼꼼하거나 편집증이 있지는 않았는데 책만큼은 깨끗하게 보고 싶어 한 이유를 지금도 알 수 없군요.

 

그 시절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도 소중히 다루거나 아끼는 책은 종종 책싸개를 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책 표지가 코팅이 되어 나오는 시절이긴 하나 그럼에도 책싸개를 해야만 마음이 놓입니다. 가능하면 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랄까요.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원 상태대로 책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책싸개를 하는 이유

헌책방을 하면서 망가진 책들을 종종 봅니다. 귀한 책인데도 도저히 수선할 수 없는 책들도 있고, 낙서를 심하게 한 책들도 있습니다. 원래 저자 서명이 있던 책인데 헌책방에 내놓으면서 그 부분만 찢는 경우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