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서재의 조건

'완벽한 서재'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책을
모두 '정리해서' 둘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초막이든, 궁궐 같은 서재든 상관없이요. '정리해서'를 강조한 이유는 책을 쌓아 두기만 하는 공간이라면 아무리 넉넉해도 완벽한 서재라 할 수 없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애서가에게 책을 둘 공간은 언제나 좁고 모자라지만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집에 서재를 따로 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꽤 오랜 세월, 서재를 따로 갖기를 원했지만 꿈을 이룬 건 그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사하고 약 9제곱미터(2.7평, 전 주인이 창고 방으로 사용하던 곳)쯤 되는 작은 방을 배정받아 집 안에 있는 모든 책을 모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넓은 서재를 가진 분도 계실 테고, 서재를 가질 수 없어 집안 곳곳에 책을 두어야 하는 분도 계시겠죠. 작은 해방구를 갖게 된 기쁨이 얼마나 큰지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따로 책방이 있지만 거긴 팔아야 할 책이 있는 곳이고, 서재는 동무 같은 책들을 두는 곳이니 그 의미는 다릅니다. 물론 책방에 있든 서재에 있든 책이 가진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요. 필요 기준에 따라 그 자리가 나뉠 뿐입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완벽한 서재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 첫 번째, 고요할 것
  • 두 번째, 좁고 긴 직사각형 모양이고 천장이 시원할 정도로 높을 것
  • 세 번째, 창이 북쪽으로 나 있을 것
  • 네 번째, 최소한 1천 권의 책을 둘 수 있을 것
  • 다섯 번째, 180×80센티미터 크기의 책상과 편안한 의자가 있을 것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서재는 두 번째 조건만 제외하곤 나머지 조건들은 모두 충족합니다. 좁고 낮고 정사각형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평소 생각하던 완벽한 서재에 가깝습니다. 폭 180센티미터 책상도 넣을 자리가 있으니 다행이죠.

 

서재는 두 가지 기본 기능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책을 보관할 수 있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