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다

책을 사 모으는 데
열중한다면
언젠가는
핍박받는 날이 올 겁니다

혼자 산다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면 책과 애서가는 어느 날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죠. 서재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온전히 책을 위한 공간이 있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 넘쳐 서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결국 똑같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 가족이 책을 사랑한다면 책이 많아도 행복하겠죠. 물론 그런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주변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싫어하진 않지만 '영역 침범'에 대해선 단호합니다. 한때는 거실까지 책이 가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상황을 가족 모두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아내는 세간살이가 없는 깔끔한 거실을 원했지만, 책 둘 곳이 따로 없으니 거실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과 서가가 방을 벗어나 거실과 베란다까지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공간을 책들이 '점령'하는 순간 반격이 시작되죠. 후퇴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휴전협정을 맺을 것인가 어떤 선택도 쉽지 않습니다. 책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이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헌책방을 출입하며 쟁이기 시작한 책들은 2014년 5월까지 세 곳에 나뉘어 있었습니다.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죠. 서울, 진주, 하동에 흩어져 있던 책들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10년에 가까운 서울 직장 생활을 접고 가족이 있는 진주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계신 시골집에 쌓아 둔 낡고 오래된 책들도 더는 그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시골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 할 상황이 닥쳤죠. 언젠가 모든 책을 한 곳에 두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그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며 집으로 가져온 책들과 시골집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