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키워드에도 트렌드가 있다

2016년, 매일경제에서는 글로벌 CEO와 석학 64명을 인터뷰하여 '한국 기업 7대 화두'를 선정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로 조직문화를 꼽으며 '그동안 한국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위계적·수직적인 문화가 이제는 창의성을 억압하고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고 밝혔습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키워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선 각자가 생각하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기 직전인 2008년 초, 어느 전략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만 늦었어도 취업을 못 했을지 모릅니다.) 아마 지금도 그렇겠지만 컨설턴트에게는 풍채(presence), 소위 '가오'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한여름에도 긴팔 셔츠에 타이를 매고 재킷을 걸쳐야 했습니다. 재킷도 원버튼은 안 되고, 팬츠와 같은 색상이어야 합니다.

 

꼭 제가 컨설턴트였어서가 아니라, 그 당시 조직문화의 키워드는 '넥타이와 바지'였습니다. DJ DOC가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라는 가사를 쓴지도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넥타이를 매야 했던 사람들은 넥타이만이라도 매지 않고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던 사람들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회사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사람들은 청바지를 입고 싶어 했고, 청바지를 입던 사람들은 반바지를 입고 싶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