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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왜 공대생이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되었을까

프롤로그: 왜 공대생이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되었을까

Editor's Comment
1. 편집자 주의 경우, 주석 끝에 '- PUBLY'로 표기하였습니다.
2. 리포트에 언급된 도서 중 국내에 출간된 도서는 한글 제목을 따랐습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의 경우, 원제목 그대로 표기하였습니다. 
저는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로 데이터 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론 전략 컨설팅과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일했고, 현재도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이끄는 PM을 맡고 있습니다.

 

커리어를 시작하고 2년쯤 되었을 때 어느 금융사의 조직문화 진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장의 신년사에서 키워드를 찾고, 임원을 인터뷰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조직문화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부사장이 저를 포함한 팀원에게 던진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전에 했던 전략이나 중장기 비전 프로젝트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나중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또 하고 싶은지 물어봤는데, 그 당시 저는 조직문화가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아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랬던 공대생이 왜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직장생활 내내 제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한 가지 난제 때문입니다.

회사는 왜 이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가?
수평적 조직문화란 대체 무엇일까요? ©Breather짧은 시간이지만 중학교 2년을 미국에서 보냈습니다. 미국 중학교에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서로 손을 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상관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은 같은데 손을 들고 대답하는 학생이 없습니다. 손을 들고 대답해서 맞으면 맞는 대로 잘난 척하는 놈이 되고, 틀리면 비웃음 거리가 됩니다.

 

회사에 와보니 여기도 똑같습니다. 아무도 회의시간에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 때는 그냥 튀고 싶지 않거나 대답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면, 회사에서는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상사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후환이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네가 해보라'며 일만 늘어납니다. 예전의 방식을 혁신하려 하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회사와 학교가 비슷한 점은 또 있습니다. 여기도 들어온 순서대로 계급이 정해집니다. 물론 조직에 따라 직위가 올라가면 역전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5~10년은 입사한 순서대로 위아래가 정해집니다. 막내라는 이유로 챙겨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나의 평가자란 이유로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하다못해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회식을 몇 차까지 가야 하는지조차 윗사람들 기분에 맞춰야 합니다.

 

잠시 미국에 살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후엔 기숙사 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군대도 다녀오고 취업도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 저의 강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저는 인사시스템에 입력된 공식 연말 평가에서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공채보다 더 공채 같다.

어느 날,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조직에 무조건
적응하는 것이
좋은 걸까?
마침 그때쯤 80여 명의 중국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부서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부서는 일종의 인재 파이프라인(talent pipeline, 인재 공급 및 양성 시스템) 부서였습니다. 일반 공채와 별도로 인재들을 뽑아서 2~3년간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 문화에 적응시키고 다른 부서에 리더 후보급 자원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채용, 인재개발, CDP(Career Development Plan), 창의성, 리더십, 조직문화 같은 키워드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팀의 구호를 새로 만들어보고, 직원끼리 서로 강의를 하게 만들어 보고, 문화행사를 늘려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평가 기준을 바꿔보고, 상호평가를 도입하고, 중간 리더를 바꿔보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중엔 성공한 것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역효과도 있었습니다.인재 파이프라인 부서에서의 경험은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Maarten van den Heuvel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조직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계에 비유합니다.* 기계는 디자인과 사람으로 이루어집니다. 디자인에는 조직구조와 시스템/프로세스 등이 포함되는데, 조직문화 또한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 레이 달리오의 경영 원칙들이 궁금하시면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컨설턴트는 늘 전략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장 상황에서, 비슷한 제언을 받고, 비슷한 전략을 세웠는데 그 결과는 다릅니다. 실적이 개선되는 조직이 있는 반면, 거꾸로 추락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컨설턴트들은 그 차이가 '실행'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실행에 집착하는 것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스타트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계획이어도 어느 곳은 실행하고, 어느 곳은 보고서로만 남습니다. 이는 결국 조직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말처럼 실행이 되는 기계가 있는가, 제자리만 맴도는 기계가 있는가의 차이입니다. 보통 경영에서는 '인사가 만사'라고 이야기 하지만, 저는 '인사와 조직문화가 만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직문화가 이상하면 좋은 사람을 데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저의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고 늘 레고와 과학상자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당시엔 제가 커서 무엇을 만들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문제해결'이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삼고 경영 컨설팅과 데이터 분석을 본업으로 삼다 보니 제대로 운영되는 조직이야말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복잡하면서 정교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마음대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지만, 마치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을 하듯이 머릿속에 가상의 조직을 만들고 제도들을 도입하며 조직문화를 가꾸는 사고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리포트는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해 제가 관리자로서 경험한 내용, 여러 책에서 읽은 사례, 그리고 머릿속에서 정리한 사고실험들을 담고 있습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문헌들을 참고했습니다. 각 문헌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부록으로 담았으니 참고해 주세요.

  • Robert Kegan, Lisa Laskow Lahey, 「An Everyone Culture」

  • 레이 달리오, 「Principles」, Simon & Schuster (2017)

  • Reed Hastings, 'Netflix Culture' (넷플릭스 홈페이지 참고)

  • Ed Catmull, Amy Wallace, 「창의성을 지휘하라(Creativity, Inc.)」

  • Tony Hsieh,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

  • Eric Shmidt, Jonathan Rosenberg,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How Google Works)」

  • Laszlo Bock,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Work Rules!)」

  • Gary Hamel,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Now?)」

  • Brian J. Robertson, 「홀라크라시(Holacracy)」

  • Ken Blanchard, Cynthia Olmstead, Martha Lawrence, 「신뢰가 답이다(Trust Works)」

  • Peter Drucker,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The Effective Executive)」

  • 우아한형제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배달의민족 블로그 참고)

이 리포트의 목적은 수평적 조직문화가 어떤 모습일지 같이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조직심리를 공부한 학자나 인사팀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리자가 고민할 법한 내용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리포트를 통해 위계적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는 비법을 알려 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마법 같은 방안이 존재했다면 진작에 조직문화와 인사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이 리포트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남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를 바꾸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 시작은 스스로의 모습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문화는 결국
모인 사람 각자의 문화이며,
그 문화의 총합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변화를 느끼고, 한 명 한 명 변화에 동참할 때 결국 조직의 문화도 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조직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릅니다. 제 생각이 꼭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리포트를 읽고 '이런 관점도 있구나'라고 힌트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1 프롤로그: 왜 공대생이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되었을까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1,858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R********

    실업무에 콱 밀착되서 꼼꼼하게 잘 설명 해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굉장히 유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시간 내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

    잠도 안 자가면서 몰입하고 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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