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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금 한국 벤처캐피탈리즘을 말해야 하는 이유

프롤로그: 지금 한국 벤처캐피탈리즘을 말해야 하는 이유

벤처캐피탈의 호황과 위기

현재 한국 벤처 투자 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기입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연간 2조 원 이상의 신규 벤처 투자가 이루어졌고 벤처투자조합이 운영하는 재원은 약 17조 원에 이릅니다. 지난 5년 사이 신규 벤처 투자는 약 180%, 투자조합규모는 약 170% 성장했습니다.

 

벤처캐피탈 회사(이하 벤처캐피탈) 차원의 성장도 눈에 띕니다.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두 곳은 지난 2016년 12월, 우리기술투자 이후 16년 만에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에 성공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임직원이 파트너인 신생 벤처캐피탈**입니다.

*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그 주식을 법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것

** 관련 기사: 뉴스핌, '새내기주 VC의 반란... 두 달새 공모가 두 배 훌쩍'(2017.02.16)

 

자료 출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2016 Year Book」) ⓒ러닝메이트

2016년 한 해에만 약 30개의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사)이 문을 열었고, 벤처캐피탈리스트(이하 VC) 수는 5년 간 매년 약 10%씩 증가했습니니다. 

벤처 투자 산업의 호황,
신흥 벤처캐피탈의 성장,
유명 VC의 성공담

이런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동시에, 벤처 투자 산업으로 다양한 기업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벤처캐피탈이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실패의 사례도 많습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청산*된 벤처투자조합의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은 약 4.3%로, 성과보수**의 기준이 되는 기준수익률보다 약 2~4% 정도 낮은 성과입니다. 통계상 평균 수익률을 내는 벤처캐피탈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 벤처투자조합(펀드)이 투자 주식의 회수 등을 완료하여 출자자들에게 투자 성과를 최종 배분하고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

** 펀드 운용 시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벤처캐피탈이 받는 초과 수익의 일부. 일반적으로 약 IRR 5~8%를 초과할 경우 초과 수익의 약 20%를 성과보수로 책정한다.

 

이 경우 관리보수*가 벤처캐피탈의 유일한 고정 수익 모델이 됩니다. 관리보수 수익만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곳은 소수의 대형사를 빼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벤처캐피탈에서 운용한 펀드가 기준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전체 펀드 결성금액이나 기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받게되는 고정적인 수수료 보수

 

코스닥 IPO* 외에 벤처 투자 회수의 대안이 별로 없는 것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정부가 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벤처 투자 결성 금액을 늘리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성장이나 M&A 시장의 활성화 등 회수 시장의 펀더멘탈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실제로 벤처 투자 사례는 늘었으나, 회수 시장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 2016년 코스닥 IPO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및 해외기업 등을 제외하면 77개로 전년대비 약 20% 감소

 

자료 출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2016 Year Book> ⓒ러닝메이트

벤처 투자의 낮은 수익률과 회수 시장의 느린 성장은 벤처캐피탈의 경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벤처캐피탈 전체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은 약 2.9%입니다. 이 중 약 10%는 연간 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회사 중
약 40%는 적자 상태입니다

2015년 말 기준, 전체 벤처캐피탈의 약 65%의 경우 운용 중인 투자조합의 재원 규모가 1,000억 원 이하입니다. 이는 관리보수만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사실은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국내 벤처캐피탈 산업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 산업이 변하고 있다

현재의 경영 성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다가올 환경 변화를 고민하지 않고 철학과 비전 없이 관습적으로 영업하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장기적인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벤처캐피탈 업계는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요? 

벤처 생태계의 변화 속도 가속화, 
벤처캐피탈 간 새로운 경쟁 구도,
조직에서 이탈하는 VC

먼저 벤처 기업과 산업 생태계 자체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미국 벤처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KPCB)는 2016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탈과 자본시장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거래소(KRX)는 2017년 1월부터 적자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을 시행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여 적자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벤처 기업의 가치를 인정한 것입니다. 

* 적자 기업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시장 입성을 허용해주는 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제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적자 상태에서 나스닥에 상장된 후 자금을 조달해 성공한 사례에서 유례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역시 주요 벤처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자금 조달 주기도 점점 빨라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벤처 산업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자, 산업 전망과 투자심리가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VC의 전망이나 가설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가 등장하고 엔젤투자자와 엑셀러레이터가 성장하면서 벤처 산업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인적 네트워크 기반으로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여 투자하는 것이 과거 벤처캐피탈의 주된 투자 기법이었다면, 최근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이라도 공개기업에 준할 만큼 많은 정보가 빠르게 공개됩니다.

 

이밖에 경제 성장 구조의 변화가 벤처캐피탈의 투자 성과에 미칠 영향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 삼성, LG 등 주요 전자 대기업에 부품과 소재, 장비를 공급하는 비상장 기업에 벤처캐피탈이 주로 투자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당시 벤처캐피탈의 투자 성과는 대기업 중심 경제의 낙수효과에 달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정치, 경제적 요인으로 향후 한국 경제는 점점 더 중소기업형 경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벤처캐피탈은 대기업의 성장에 따라 수혜를 받는 벤처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경쟁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리라 예상합니다.

 

둘째, 벤처투자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기존 벤처캐피탈 산업 내 협력 구조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외국계 VC,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증권사 등 벤처투자기관의 증가로 벤처 투자 시장 내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초기 투자에 집중하던 소형 벤처캐피탈은 대형화를 추구하고, 대형 벤처캐피탈은 오히려 초기 투자를 강화하는 등 벤처캐피탈 간 암묵적 역할 배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의 운용 규모가 커지고 투자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클럽 딜*이라 불리는 벤처캐피탈 간 협력 투자 방식 또한 실행되기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 여러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 한 곳의 기업 가치를 동일하게 정한 후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

 

이밖에 벤처캐피탈과 VC의 관계도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벤처캐피탈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본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벤처캐피탈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동시에 기성 벤처캐피탈과 펀드의 경우 운용 인력의 이탈로 인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개별 VC의 이직을 제한하는 규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벤처캐피탈 산업의 제도와 조직 운영 방식입니다. 한국의 벤처캐피탈 구조는 우수한 VC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기 어렵습니다.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최소 인건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수한 젊은 운용 인력들이 벤처캐피탈 업계를 떠나 산업계로 이직한 사례는 많은데 성공한 창업 인력이 벤처캐피탈로 유입된 사례는 드뭅니다. 우수한 인력 없이 회사의 지속 성장은 불가능하므로 VC의 조직, 인력 관리는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이 변화를 위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처럼 벤처캐피탈 산업은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고, 변화에 적합한 전략을 짜느라 많은 VC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러닝메이트 팀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당장의 전략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벤처캐피탈리즘을 말해야 하는 이유

러닝메이트 팀은 빠르게 변하는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VC의 업(業)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온 4가지 생각을 전제로 한국 벤처캐피탈리즘 - VC가 말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VC는 왜, 무엇을 하고 싶은가부터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1. 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많은 벤처캐피탈이 'OO분야 1등', '운용자산 1조', 'OO분야 최다 투자', '초기 투자전문' 등의 전략적 목표 및 결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합니다. 반면 그러한 전략을 왜 세웠는지, 그 전략이 벤처 생태계와 자본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떠한 효용을 주는지 탐색하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물론 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전략을 세워도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싼 주식을 잘 찾는 전략으로, 누군가는 특정 섹터의 인적 기반을 무기로, 누군가는 모기업의 강력한 지원 능력에 기반한 전략으로 성과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들은 모두 영원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쉽게 얻은 부와 교훈을 더 큰 자본에 투여한 이가 결국 큰 손실을 보는 장면을 우리는 금융투자의 역사 속에서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투자회사는 다양한 전략에 대한 경험과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업의 목적이
전략의 기반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VC 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협력의 전제는 업의 목적에 대한 합의이며, 합의에 기반한 VC 개인의 도전정신과 창조성 또한 중요합니다. 눈 앞의 전략 보다 업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합니다.

 

오프라인 행사 'VC 딥 토크' 현장에서는 각 VC의 전략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 전략이 얼마나 유용한지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서로 다른 전략이라도 업의 목적과 철학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리로 만들겠습니다.

 

2. 한국 벤처캐피탈의 현실을 고려하여 대안을 모색하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에 집중합니다. 한국 벤처캐피탈은 약 90%의 자금을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대부분의 한국 벤처캐피탈은 철저히 한국의 벤처 생태계와 자본시장에 속해 있습니다.

 

물론 일부의 한국 VC는 해외 기업에 투자하고 해외 자본시장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산업 전반을 설명하는 새로운 사례로 분류하기엔 어렵습니다. 단순히 실리콘밸리 등의 선진 벤처캐피탈 시장과 비교하고 체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현재에서부터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3. 벤처캐피탈의 문제는 서로 이어져있다

러닝메이트 팀은 한국 벤처캐피탈의 현재와 미래를 펀딩(투자자금 모집)∙투자∙사후관리/회수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동안 여러 연구와 미디어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드러난 벤처캐피탈 산업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합니다. 

 

벤처캐피탈의 문제와 순환 구조. ⓒ러닝메이트

위의 차트에서 보이듯 '펀딩(투자자금 모집)∙투자∙사후관리/회수' 각 영역의 문제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가 문제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가 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마지막 목차(부록: 한국의 벤처캐피탈리즘 그리고 벤처캐피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시니어 VC의 경험과 통찰을 나눈다

벤처캐피탈 업의 목적, 철학, 미래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러닝메이트 팀의 고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의 문제와 업의 방향에 대해 VC 선배들의 생각을 나누겠습니다.

  • 고병철 KTB네트워크 상무
  •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사
  •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허진호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파트너

네 분의 시니어 VC는 투자 성과가 뛰어난 펀드매니저일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을 창업하고 운영하며 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분들입니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 금융시장의 변동 속에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넘은 VC의 내공을 러닝메이트의 고민과 함께 녹여 내고자 합니다. 

 

2017년 3월 31일 VC 딥 토크 행사에서는 한국 벤처캐피탈을 향한 단편적 문제제기와 체념, 실리콘밸리 VC와의 단순 비교에 근거한 솔루션을 넘어서는 답을 러닝메이트 팀과 시니어 VC가 함께 찾고자 합니다. 고민의 결과물은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1 프롤로그: 지금 한국 벤처캐피탈리즘을 말해야 하는 이유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787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S**********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벤처캐피탈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항상 부족해 힘들었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통해 산업 전반에 대한 개요와 또한 현재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VC의 자정 노력까지 모두 엿본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알기 쉽게 내용을 정리해 주신 퍼블리 감사합니다.

  • 박**

    밀도 높은 고민과 내용 감사합니다.
    후속편 기대합니다.

[2018 개정판] 벤처캐피탈에 관한 새로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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