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ager, 그리고 러닝 팀(Learning Team)

HBS 수업 시간, 모든 학생이 각자 자기 앞에 놓아두는 한 장의 종이가 있다. 비록 한 장에 불과하지만, HBS에서 학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1 pager라고 불리는 한 장짜리 케이스 요약과 러닝팀(Learning Team, 스터디 그룹)을 소개하고자 한다. 

 

HBS의 80분 토론 수업을 위해 제공되는 케이스 자료는 평균 30페이지 정도다. 그리고 이 토론에서 주요 쟁점이 될 내용들은 3~5가지 질문으로 학교 인트라넷에 미리 공지된다. 학생들은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케이스 자료를 읽으며 분석을 한다. 

 

어떤 케이스는 수학 문제 풀듯 엑셀로 오래 분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하버드에 입학할 정도로 똑똑한 학생들이지만, 본인이 분석한 내용이 정답이라고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까다롭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다.

 

학교에서는 케이스당 평균 2시간 가량의 수업 준비를 권장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어떤 케이스는 지문만 20페이지가 넘는데,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도 2시간이 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대한 케이스를 머릿속으로만 준비하고 수업에 들어가면 발표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취업 관련 행사나 사교 행사들까지 겹치면, 나중에는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경이 된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1 Pager라고 부르는 러닝 팀 멤버들의 케이스 요약본이다. 

 

HBS는 첫 학기 시작 전에 학생들의 러닝 팀을 짜준다. 일종의 스터디 그룹이라고 보면 되는데, 팀당 평균 6명, 한 학년이 900명 가량이니 약 150개의 러닝 팀이 있다. HBS는 섹션과 마찬가지로 출신 배경과 성별, 국적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러닝 팀을 짠다. 

 

나는 러닝 팀 106 소속으로, 칠레 남자(컨설턴트 출신), 미국 흑인 남자(소비자 금융 출신), 미국 중국계 여자(IT기업 재무 출신), 미국 백인 남자(테크 출신), 미국 백인 여자(공공기관 출신)들과 한 팀이었다. 각자 소속된 섹션들은 모두 달랐다. 

내가 속했던 Learning Team 106, 학교에서는 러닝팀이 원하는 교수와 한 번의 저녁식사를 하도록 예산을 배정해준다. ⓒ오유석

러닝 팀 멤버들은 서로 순번을 정해 자기가 맡은 케이스의 1 pager를 작성하여 공유한다. 1 pager 안에는 케이스의 전반적인 내용 요약, 그리고 인트라넷에 올라가 있는 케이스 질문들에 대해 작성자가 생각하는 답변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쓸 말은 많은데 종이 한 장에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백은 거의 사라지고 글자 크기는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