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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에필로그: 결국 기리쿠치(切り口)

에필로그: 결국 기리쿠치(切り口)

이게 다 영화 한 편 덕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본 신문의 광고 하나가 시작이 되어 영화에 빠졌습니다. 사람 사귀는 게 서툴고 친구 만들기가 젬병이었던 제게 영화는 세상과 교류하는 하나의 창구이자 한 명의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영화 주간지 씨네21을 만났고 자연스레 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회사란 조직은 다수의 개인이 만나서 구성하는, 커다란 개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게는 그러했습니다. 잡지 만드는 일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씨네21은 개인 혼자로서의 시간을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해 주는 회사였습니다. 저는 씨네21에서 일본 영화를 만났고, 스스로의 기호와 마주했습니다.

 

전주와 부천, 부산에서 영화제 데일리를 만들고, 시부야의 예술영화관, 씨어터 이미지 포럼(Theatre Image Forum)을 출퇴근하다시피 했습니다. 때로는 런웨이 취재, 지하의 자막 번역자들과의 인터뷰 등 딴짓도 많이 하며 기자로서의 제 모습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렇게 TV 웹진인 매거진 t와 10아시아와 인연을 맺었고 일본에 건너가서도 그 연을 이어 나갔습니다. 이게 다 영화 한 편 덕분입니다.
 

인연은 언제, 어느 시점에 완성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월의 어느 오후, 거실에서 신문을 보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거의 울리지 않는 핸드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PUBLY의 김희주 PM이었습니다. 기억은 몇 년을 더 거슬러 올라 인사동 음식점에서의 저녁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김희주 PM은 제게 일본 쪽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분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서로가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에 관한 대화가 오고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연이 다시 이어져 저는 PUBLY의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습니다. 주제는 일본 잡지 브루타스와 뽀빠이,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브루타스를 안 건 어느 제목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의자를 생각한다'라는 구절을 보고, 말을 참 유연하게 사용했구나란 생각과 함께 제목이 품고 있을 기사가 연상되었습니다. 의자를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삶과 연계했습니다. 의자가 놓인 자리, 그 주변을 사고하자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저는 리포트를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다 영화 한 편 덕분입니다.
 

석 달 가깝게 리포트를 쓰면서 많은 걸 알았습니다. 브루타스, 뽀빠이란 잡지에 관해서만이 아닙니다. 브루타스와 뽀빠이는 결국 제게 하나의 기리쿠치(切り口)*였습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삶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두 잡지를 통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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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현재까지 376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최**

    두 잡지사가 어떤 방식으로 잡지를 만들어가는 지를 그 잡지사의 신념과 연결지어서 설명하신 부분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가짐이 행동을 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특정 분여에서 성공한 사람이나 사회가 가지는 마음가짐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저에게 딱 맞는 글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읽을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

    '키리쿠치' 하나가 남는 컨텐츠.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기획을 기획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알게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획의 시작은 아이템이 아닌 비전이라는 것,
    그것이 곧 키리쿠치이고 이것이 목적이자 수단이고 방법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알게해준 컨텐츠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컨텐츠 구성 순서와 그에 따른 내용입니다.
    컨텐츠의 제목과 시작 그리고 결론을 보면 작가님께서도 '키리쿠치'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그렇다면 #5 - #6이 왜 저 순서에 있으며 제시된 내용들(주로 구체적 예시들)이 키리쿠치의 시각에서 왜 획기적이고
    대단한지에 대해 써주셨다면 더욱 좋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컨텐츠 잘 읽었습니다.
    다른 컨텐츠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