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언 프로젝트 매니저가 고른 책

Editor's Comment

각기 다른 취향과 개성을 갖고 있는 PUBLY 팀원이 고른 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2권의 책 너머에 팀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전자책이나 만화책 본문을 발췌한 경우 페이지를 따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살림, 2016
사진 ©손현, 배경 그래픽 ©석윤이

편의점 세상의 보통 인간
 

전화를 싫어한다. 치과나 미용실 예약을 위해 전화번호를 누르다 포기하고는 막무가내로 찾아갔다 허무하게 돌아오는 일도 흔했다.

 

공교롭게도 PUBLY에 인턴으로 합류한 초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통화였다. 미리 써 둔 대본을 그대로 읽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어색한 통화를 세 달 동안 꾸역꾸역 삼켰다.

 

다달이 전화요금이 올라가던 어느 날, 「편의점 인간」을 만났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들쑤셨다. 사회성이 없어 온 가족의 걱정을 사던 주인공이 편의점 카운터 앞에 서면 점원으로 '무장'하는 모습에 묘한 동질감(comradeship)이 일었던 것이다.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p.112)

편의점 규정에 따라 그는 항상 손톱을 짧게 깎는다. 머리카락은 늘 염색하지 않은 생머리다. 손등에는 고로케를 튀길 때 입은 화상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끼니는 삶은 채소로 해결한다. 살기 위해 몸에 넣는 음식은 밥이 아니라 먹이일 뿐이다. '편의점'이 인간 앞에 온다.

꿈속에서도 편의점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가 많다. (...) 가게는 청결한 수조 안에서 지금도 기계장치처럼 움직이고 있다. (...)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