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함을 탈피한 바늘이야기, MZ를 사로잡은 상품 기획법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바늘이야기'의 리브랜딩 과정과 성공 전략법
- 계속 보고, 또 사게 만드는 SNS 마케팅과 릴스 기획법
- 마케터와 기획자를 위한, 대중을 사로잡는 '대중 렌즈' 끼는 법
Interviewee
바늘이야기 마케팅&기획 담당 김대리 님 > 프로필 더 보기
반갑습니다. 퍼블리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늘이야기'라는 뜨개 용품 회사에서 마케팅과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김대리'라고 합니다. 튜토리얼 영상으로 뜨개질하는 법을 알려 드리면서 바늘이야기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을 기획하고 있어요. 유튜버 겸 뜨개 용품 회사의 7년 차 직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늘이야기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바늘이야기는 뜨개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예요. 주로 해외의 실을 수입해 유통하는 일을 하는데요. 실을 판매하려면 디자인도 함께 개발해야 하거든요. 그냥 실만 파는 게 아니라 '이 실을 활용하면 이런 걸 만들 수 있어요'라고 방법을 함께 알려 드리는 거예요.
실과 도안을 패키지 키트 형태로 구성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해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이 뜨개라는 취미를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회사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뜨개질의 인기가 매우 뜨거워요. 인기를 체감하시는 순간이 있나요?
1~2년 차 때부터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요. 서두가 늘 똑같았어요. "뜨개질은 할머니들의 취미인데, 젊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계기는 무엇인가요?" 혹은 "뜨개질은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한다면서요?"라는 식이죠. 그게 5년, 6년이 지나도 맨날 똑같은 거예요. 2년이 지날 무렵부터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쯤 되면 이미 많은 젊은이가 뜨개질을 한다는 걸 알 텐데, 도대체 언제쯤 젊은이들의 취미로 인정해 줄까?
그러다 5년이 지나도 똑같으니, 이건 안 바뀌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부터 바뀌기 시작했어요. 요즘 인터뷰에서는 "뜨개질이 요즘 젊은이들의 힙한 취미입니다"라고 시작하거든요. 그 순간, 마침내 바뀌었구나 싶었어요.
이제서야 '할머니들의 취미였던'이라는 수식어가 빠지고, 그냥 '젊은이들 전유물'이 된 듯해요. 이런 변화는 결국, 실제로 젊은이들이 뜨개질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뜨개질이 왜 갑자기 젊어졌냐고 묻기엔, 이미 너무나 많은 젊은이의 취미니까요.
MZ세대의 취미로 뜨개질이 떠오른 데는 바늘이야기의 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도안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트렌디한 도안을 판매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디자인이 많았던 건 아니에요. 바늘이야기는 1998년에 어머니가 창업한 회사예요. 20년 동안 회사와 고객이 함께 나이를 먹어갔죠. 오랜 고객층을 꾸준히 잘 끌고 왔지만,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기회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어요.
어머니는 그런 상황을 고려해, 제게 회사 SNS 계정을 운영해 보라고 제안하셨고요. 그런데 회사에 입사하고 보니, 어머니 또래의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만 많고, 내 친구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디자인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온통 꽃무늬에, 레이스에,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했죠.
당시에는 전국의 공방에서 디자인을 받았어요. 고객들은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니까 내부에서만 디자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공방에서 디자인을 보내면 바늘이야기가 판매하고 수수료를 제공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 저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디자인이 오는 거예요.
제가 고등학생 때 바늘이야기의 모델을 하기도 했는데, 사진 찍다가 울기까지 했어요. 옷이 너무 안 예뻐서. (웃음) 고등학생이 반짝이에 꽃 달린 옷을 입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 후로 5~6년이 지나 고등학생이던 제가 23살이 돼서 회사에 들어간 건데도, 여전히 똑같은 디자인만 있었던 거죠.
가장 먼저, 자체 디자인만 취급하기로 결정했어요. 전국 각지에서 디자인을 받으면 컨트롤하기도 어렵고 우리만의 색깔을 잡기도 어렵거든요.
다음으로, 자체 디자인을 만들되, 무늬 없이 제작하기로 했어요. 그전까지는 민무늬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무늬 없는 디자인을 만들면 50대 직원분들이 자꾸만 '꽃 하나 더 달자. 레이스 한 줄만 넣자'라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때는 제가 어리기도 어렸고, 그게 너무 싫어서 정말 불같이 싸웠어요. 꽃 달린 건 구리다고 험한 말도 하고.
그렇게 싸워가며 만든 새로운 디자인으로 뜨개질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어요. 민무늬 제품은 초보자도 만들기 쉬워 접근성이 좋다 보니, 슬슬 초보 고객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죠.
그렇다고 젊은 초보 고객에만 집중하면 기존 고객들, 뜨개질에 익숙한 고객군은 소외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의견을 반영해 8:2 비율로 제품 구성을 정비했어요. 완전히 깔끔한 초보자 스타일과 난이도가 있는 스타일을 8:2 비율로 가져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