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이 아닌 울림을 주는 브랜드 캠페인을 만들기까지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5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빙그레의 광복절 기념 캠페인, 기획&제작 비하인드
- 독립운동가분들의 이야기에 이토록 진심인 브랜드, 빙그레가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진심을 200% 전달한 전략
- 빙그레 마케터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를 위한 7가지 기준
Interviewee
빙그레 광고기획팀 마케터 전혜성 > 프로필 더 보기
반갑습니다. 퍼블리 독자 여러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빙그레 광고기획팀에서 일하는 전혜성입니다. 6년 정도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광고 캠페인을 담당하기 시작했어요. 빙그레의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로 이야기를 나눌 내용도 브랜드 캠페인이죠. '처음 입는 광복'에 대한 소개도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처음 입는 광복'은 죄수복을 입은 채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87인의 모습을 AI 기술을 통해 한복을 입은 영웅의 모습으로 복원한 캠페인이에요. 순국한 독립운동가분들께 한복을 입혀드림으로써 독립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빙그레
올해 여름은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으로 더욱 뜨거웠는데요. 열흘 만에 유튜브에서 4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높은 관심을 직접 체감하셨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영상 조회 수가 500만을 넘었는데요. 2차 바이럴이 일어나면서 전체 채널 조회 수도 누적 4000만 회 이상을 기록했어요. 광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TVCF'라는 사이트에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로 30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는데, 올해 온에어한 작품 중에 딱 6개만 등재된 상황이라 더 기뻤어요.
처음 캠페인을 기획할 때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어요. 독립운동가분들께 누가 되거나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서 참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여러 가지 걱정 속에서 영상을 론칭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아직도 그 뜨거운 반응이 얼떨떨하지만, '울컥했다', '정말 감동적인 영상이다'라는 따뜻한 댓글과 주위의 긍정적인 반응들, 특히 광고를 촬영하며 만난 독립운동가 후손분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감동을 받았던 캠페인입니다.
‘처음 입는 광복’의 시작: 결국 소비자를 향한 ‘진심’
브랜드 캠페인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볼까요? 광복절 기념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빙그레'라는 사명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빙그레 사상'을 담은 만큼 빙그레는 오래전부터 독립 유공자 지원 사업에 힘써왔어요. 201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익 재단을 설립해 독립운동가, 국가유공자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요.
지금처럼 규모가 커진 계기는 2023년에 진행했던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영상이었어요.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명예졸업식 영상이었는데, 당시에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2024년에도 그 결을 이어 나가기로 한 거죠.
워낙 주목을 받았던 캠페인이라 이번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부담도 느꼈지만, 이전 캠페인의 결을 잘 이어 나가면서 캠페인의 대의적 의미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이전 캠페인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퇴학이나 정학을 당한 학생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독립운동으로 투옥되고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면서 의미를 확장했어요. 또한 학생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모셔서 명예졸업식을 진행했던 데서 나아가, 전 국민으로 캠페인의 대상과 지향점을 넓혔고요.
'독립운동가들이 죄수복에서 한복으로 갈아입는다'라는 컨셉에 신선함과 의미가 잘 담겨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런 컨셉은 에이전시와 어떤 논의를 통해 결정된 건가요?
지난 캠페인이 워낙 큰 관심을 받아서, 그보다 더 잘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기로 한 에이전시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되, 무엇보다 캠페인 취지와 기획에만 집중'하기로 얘기했어요. AI를 사용하든 안 하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일단 다 열어 놓고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자유롭게 나왔다고 봐요.
공훈록에 있는 옥중에서 순국하신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참 마음이 아팠어요.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죄수복을 입고 슬픔과 설움이 가득한 표정을 마지막 모습으로 남기신 거니까요. 이렇게 한이 서린 표정으로 생을 마감하셨다는 게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심지어 광복 바로 전날 돌아가신 분도 계셨고요.
사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주신 분들은 죄인이 아니라 영웅이잖아요. 그 노력과 희생에 걸맞은 옷, 영웅에 걸맞은 의복으로 바꿔 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복을 선물해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에이전시에서 받았던 3가지 제안 중 하나가 지금의 컨셉이었어요. 저는 보자마자 '이거다' 싶은 느낌이 딱 왔죠. 팀 안에서는 의견이 갈렸는데, 저는 이 컨셉을 강력히 주장했어요. 작년 영상의 결과 잘 이어지면서도 참신했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광복을 주제로 한 무게감 있는 캠페인과 평소 밝은 이미지의 식품 기업인 빙그레를 연결하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려는 없으셨나요?
빙그레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어요. 사람들이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제조사를 보면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바나나맛 우유는 재밌고 친근하게, 투게더는 신뢰성을 주는 이미지로, 요플레는 기능성과 건강함을 살리는 느낌으로 각기 다르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브랜드 캠페인에서도 전체적인 빙그레만의 맥락이 이어진다고 판단했어요. 이번 브랜드 캠페인은 빙그레 자체로서 소비자에게 따뜻하게 다가간다는 목적이 있었고, 그 자체가 컨셉이었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진심은 ‘디테일’로 완성된다
'처음 입는 광복'이라는 캠페인명이 간결하면서도 뜻깊은 의미를 담은 제목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구체적인 아이데이션 과정을 좀 더 설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