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현실고증 끝판왕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3가지 특징과 주목받는 이유
  • 〈SNL 코리아〉 시리즈의 '주기자'부터 유튜브 채널 '숏박스', 'K-현실고증'까지, 대중을 사로잡은 콘텐츠 사례
  • 요즘 시대에 딱 맞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제작 TIP

* [2023 트렌드의 거의 모든 것(feat. 키워드 정리 미리보기)]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본 아티클은 2022년 10월 발간된 〈뉴미디어 트렌드 2023〉의 본문을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 콘텐츠 발행일: 2022.09.21

ⓒ쿠팡플레이, , 너덜트, K-현실고증, 숏박스 유튜브

 

하이퍼리얼리즘은 생활 밀착형 소재들을 현실감 넘치게 연출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하이퍼리얼리즘을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장르'라고만 정의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브이로그의 경우 콘텐츠 속 크리에이터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상 시간, 아침 메뉴, 그날의 패션뿐 아니라 소소한 일과 속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도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어서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하루를 지낸 것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 콘텐츠를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뿐 아니라, CG 등의 기술을 사용해 배경이나 사물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하이퍼리얼리즘을 정의할 때 '현실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제작자보다는 시청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무게 중심이 콘텐츠의 제작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하이퍼리얼리즘을 보면서 브이로그나 다큐멘터리에서는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느끼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의 콘텐츠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도 다르고 느끼는 감정도 다른 것이 하이퍼리얼리즘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가 정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을 제공하는 순간,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스스로 해석하고 완성할 수 있도록 적당한 여백을 남겨놓아야 한다. 

* 경차 사러 갔다가 람보르기니 산 썰 ⓒ숏박스

 

숏박스의 '경차 사러 갔다가 람보르기니 산 썰'은 차를 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을 재미있게 풀어낸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다. 일반적인 경우 중고차 딜러는 아무것도 모르는 구매자를 현혹해 이득을 취하는 악역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 콘텐츠에서는 뚜렷한 악역이 없다. 중고차 딜러는 차를 잘 아는 친구 정도로, 구매자는 차를 잘 모르는 친구 정도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그래서 댓글을 보면 중고차 딜러에 대한 비판은 많지 않다. 대신 차에 대한 이야기, 본인의 경험담, 깨알 같은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 등 시청자들이 제각각 꽂혔던 포인트들과 관련해 각양각색의 댓글이 달린다.

 

만약 중고차 딜러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사람의 시선에서 이 콘텐츠를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재미는 있겠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는 생기지 않는다. 이미 콘텐츠 안에 '딜러는 나쁜 사람'이라는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하게 하려면 특정 사람의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의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관점이 결합되어야 중립적인 시선에서 편향되지 않게 현실을 담아낼 수 있고 다양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하이퍼리얼리즘은 '일상 속 상황을 중립적인 시선에서 현실성 있게 풀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백을 준 콘텐츠'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이퍼리얼리즘의 3가지 특징

1. 현실 고증: 과장되지 않고 공감 가게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핵심은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감정과 심리를 과장되지 않게, 은유적으로 얼마나 잘 재현해내느냐에 있다. 커피숍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 들고나오는 장면을 재현한다고 설정해보자. 

 

얼핏 생각하면 별다른 묘사 거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카메라로 촬영하듯 찬찬히 살펴보면 다양한 상황과 디테일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 가령 손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자기 할 일만 하는 등 은근히 불친절한 종업원,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하는 '얼죽아'* 친구 등에 초점을 맞춰 묘사하면 새로운 재미가 탄생하게 된다.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

 

물론 대중의 공감은 기본이다. 고도 3000미터에서 스카이다이빙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심리는 아무리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풀어낸다고 해도 많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본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에서는 일상생활 속 묘하게 불편하거나 특이하다고 느꼈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평범하고 착한 친구, 성실한 청년, 무난한 커플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