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거 트렌드, 레이어드 홈의 등장

마케터는 늘 소비를 관찰해야 하는 직업이다. 여기에는 나 자신의 소비도 포함된다. 다만 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의 소비패턴이 변했음을 알아차렸다면, 그 변화가 나에게만 국한된 것인지 일반화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인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후자라면 투자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떠한 변화에서도 수혜를 누리는 기업은 분명 존재한다. 그 기회를 찾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자 투자 역량일 것이다.

아래와 같은 뉴스 헤드라인은 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재택근무 장기화로 홈오피스 꾸미는 사람들…

카페도 가지 못하니 집을 꾸며야…

여행 가는 대신 가구와 가전을 바꿔야죠.

집은 모두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적어도 '요즘의 집'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곳이다. 나는 개인 약속도 많지 않은 데다 굳이 표현하자면 집돌이에 가깝다. 그러한 나조차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약속이 사라지면서 '집'은 새롭게 적응해야 할 공간으로 변했다.

 

집에 머무는 절대적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집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3시간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인프라가 갖춰진 공간에서 12시간 넘게 지내면서 느끼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나에게는 집이면서도 집이 아닌 공간이 필요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왔고 그렇게 이사를 단행했다.

 

이사를 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집의 기능은 취미를 즐길 수 있느냐, 놀이공간이 될 수 있느냐였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업무공간의 역할이 추가되긴 했지만, 최대한 취미생활 위주로 집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했다.

 

우선은 옥상이었다. 옥상에 인조잔디를 깔고, 캠핑용 접이식 의자와 롤테이블에 랜턴까지 마련했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옥상은 프로젝터를 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싶어 엘지전자의 초단초점 프로젝터, 보스(Bose)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