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입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부러움과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로 박수를 보낸다. 직장인은 늘 왼쪽 주머니에 사직서를 품고 출근한다지만,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놓아버리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많은 문제 앞에서 버티고 버티다 도망가버리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찾아오지만, 어디론가 도망간다고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퇴사에 박수를 보내는 시대에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묵묵히 자리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다소 힘들게 만드는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고 멋들어진 명분 하나 찾지 못해도, 우리는 사회로부터 이름과 일을 부여받았고 오늘도 묵묵히 해낸다. 퇴사에 박수를 보내는 시대에 회사 안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걸 왜 멋지거나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퇴사를 하는 것이 용기라면, 묵묵히 해나가는 것도 용기다. 퇴사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이어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늘에서 내일로, 내일에서 그 내일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삶을 사는 우리는 생각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그 사실을 우리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