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로, 10월 19일부터 3주간 총 9회에 걸쳐 발행됩니다.

내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는 디지털 기반의 회사라 직원들은 모두 젊었고 팀 구성원도 소규모였다. 신입 사원인 나와, 일한 지 15년이 넘은 CD님. 이렇게 단 두 명이 한 팀이었다.

 

작고 젊은 회사답게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신입인 나에게는 버겁고 무서운 일투성이였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곳에서 팀원은 나뿐이었으니 모든 일 대부분을 혼자 고민해야 했다.

아이디어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해내지 않으면 이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라는 마음으로 고민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후 10시 전에 집에 갈 수 없었고 원래 예민한 성격은 더 예민해지게 되었다. 나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었기에 모든 걱정을 혼자 짊어지는 건 당연한 일상이었다.

 

3년 후 나는 첫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그곳은 규모가 큰 회사였고 팀 구성은 다양한 직급이 적절하게 섞여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 회사의 습관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회의 시간을 잡는 것에도, 법인카드를 챙기는 것에도, 녹음실 주소를 확인하는 것에도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내가 정확히 챙기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 날 선배가 나를 불러내 말했다.

왜 이렇게 부담을 가져? 혼자 일하는 것처럼.

그렇다. 나에게는 선배와 팀원이 있었다. 그런데도 건방진 생각으로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 했던 것이다. 일은 결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네가 없으면 내가 있어. 네가 못 챙기면 내가 챙기고.

나는 그날 선배에게 힘들 땐 팀원에게 SOS를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단순한 SOS가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