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로, 10월 19일부터 3주간 총 9회에 걸쳐 발행됩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두 종류의 '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회사에서의 나', 또 하나는 '회사 밖에서의 나'. 출근 후 우리는 회사 밖에서의 나를 잊고 일을 시작한다. 빡센 업무 후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잠들어 버리기 바쁘고 주말엔 쉬기 바쁘다. 회사에서의 나는 죽어가고 회사 밖에서의 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회사의 탓도 있고 나의 탓도 있다. 시킨 일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덕분에 반쪽짜리 내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참 열심히 일한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광고에 빠져 있었다. 광고가 너무 좋아 광고홍보학과를 선택했고, 대학생 시절 공모전에 수십 번 도전했다. 부끄럽지만 그때의 나는 광고 아니면 죽음을- 수준이었다. 입사 후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몸이 닳도록 나를 갖다 바쳤다. 밤샘과 철야를 로망으로 여겼다. 그땐 그게 멋지다 생각했던 거다.

 

그 종교 같은 생활을 수년 반복하다 며칠 휴가를 얻은 날, '뭘 해야 하지?'라며 멀뚱멀뚱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최근에 나온 광고를 묻는다면 섬네일만 보고도 브랜드와 제작한 광고회사를 맞힐 정도인데,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땐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 똥 멍청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제야 나는 아사 직전의 회사 밖에서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아사의 이유는 일을 열심히, 그것도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나의 일을 이렇게 사랑하는 나'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게 참 바보 같은 일인 줄도 모르고… 번아웃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달렸던 나의 몇 년은 모든 나를 하얗게 불태워버리는 결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