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로, 10월 19일부터 3주간 총 9회에 걸쳐 발행됩니다.

급하면 일찍 준비하고, 의견은 한꺼번에 모아서 주고, 필요한 건 미리미리 말해주며 일했다면 의미 없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줄었을까.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중 가장 힘든 일은, 의미 없는 피드백이 광고주와 광고회사 사이를 핑퐁 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이다. 물론 지켜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뒤따라오는 업무와 함께 스트레스와 상처도 쌓여간다.

 

최종 결정권자 이전에 실무자가 있고, 실무자는 광고회사 AE와 소통한다. 또한 AE는 제작팀과 일을 하고, 제작팀이 회사 외부의 프로덕션 감독과 일을 시작하면, 감독은 수많은 촬영 스태프, 편집, 녹음, 2D 회사들과 일을 한다. 이 지독한 먹이사슬과 같은 연결고리는, 비유하자면 최종 결정권자가 밧줄을 잡고 서 있고, 그의 밧줄을 일렬로 서서 순서대로 잡고 있는 상황과 같다.

 

만약 최종 결정권자가 쥐고 있는 줄을 흔든다면, 수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멀리 있을수록 더 큰 반동으로 더 세게 출렁일 것이다. 최종 결정권자의 변심은, 그와 함께 일하는 실무자를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실무자가 광고회사 AE에게 그 고민을 전달하면 AE는 제작팀과 고민을 나누고, 제작팀의 고민은 감독님에게 전달되고, 후반 작업 업체는 다시 작업의 늪에 들어간다. 이렇게 한 결정권자의 파급력은 수십 명의 밤을 또 빼앗아간다.

가끔은 한두 명의 변심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어, 현타가 올 때도 있다. 누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한 일이라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저 우리는 파도가 치듯 또 왔구나 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