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로, 10월 19일부터 3주간 총 9회에 걸쳐 발행됩니다.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에게는 마법의 주머니가 달려 있다. 그래서 주인공 진구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도라에몽의 마법 주머니에서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물건을 얻는 대신 진구가 지불하는 대가는 없다. 그야 만화니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마치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도라에몽의 주머니라도 장착한 것 마냥 책상에 앉아 그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짜내고 짜내는 것만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대가로 우리의 체력, 시간, 그날의 기분, 혹은 수명과 같은 아주 중요한 것들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좀 더 다른 생각, 좀 더 재미있는 카피, 좀 더 안 해봤던 것들을 고민하는 게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좋은 아웃풋에 집착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좋은 생각의 출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 우리가 평소에 만나고 경험하고 먹어 보고 느끼는 것들이 출처일 것이다. 이런 회사 밖에서의 경험이 언젠가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소화된 후에 회사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아웃풋, 즉 좋은 생각의 재료가 된다. 이것은 평소 인풋이 없으면 자신과 회사가 그토록 바라던 양질의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이 말은 자연의 섭리와 같다. 먹은 것이 있어야 변이 나오고, 당근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보고 듣고 겪은 것이 있을 때, 좋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도라에몽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좋은 재료를 보고 듣고 먹은 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좋은 아이디어로 만드는 일, 이 자연스러운 섭리를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