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로, 10월 19일부터 3주간 총 9회에 걸쳐 발행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칭찬도 큰 힘이 된다. 특히나 좌절이 일상인 신입 사원에게는 칭찬의 위력은 더욱 거대해진다. 신입 사원이 능숙하지 못한 건 너무 당연한 건데, 그때의 욕심은 모두가 겪었듯 잘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 그리 이성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잘 못 하는 작은 부분들을 스스로에게 큰 부족함으로 확대시키는 건 기본이다. '나는 왜 카피를 잘 못 쓸까', '나는 왜 좋은 생각을 못 할까' '내 아이디어는 언제쯤 팔릴까(채택이 될까)'와 같은 부러움과 오기만으로 회의가 마무리되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신입 시절이라는 것은 자존감이 지층을 뚫고 내핵까지 향하는 시기다.
나의 신입 시절 또한 비슷했다. 내 아이디어가 프린트되는 종이를 보며 한국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에 이바지하는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낼까 하는 자기비하적인 생각도 서슴지 않았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난 난폭한 마음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선배들은, 여러 조언을 해주었으나 나의 쓸데없는 초고온의 열정은 그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긴 자존심 바닥의 시절, 그러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듯 칭찬을 듣는 날이 아주 가끔 찾아 온다.
칭찬의 탈을 쓰고 있으나 분명 선배는 큰마음 없이 가볍게 던진 말인 것 같은데, 그걸 듣는 후배에겐 수천 수백 배만큼 큰 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작은 칭찬은 지속력도 쩔어주기 때문에 힘들 때 꺼내 보면 다시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아마 사원 3년 차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아이디어 회의 중간 팀장님이 "너는 이해가 빠르구나"라고 내게 칭찬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특별하다는 것도 아니고, 유일한 답을 찾았다는 것도 아닌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 회의 시간 중, 하나의 주제에 대한 아주 작은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