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를 큐레이션한 콘텐츠입니다.

저자 오하

외국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주간에는 회사에서 분노하고 야간에는 집에서 그 분노를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을 천천히 오래 하며 사는 것이 꿈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를 운영하며 많은 직장인의 폭풍 지지를 받았다.
 

그림 조자까

욕으로 오해받는 필명으로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주간에는 회사 일을, 야간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병행하며 '주일야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만 많고 고집도 셀 것 같지만 누구보다 순응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그림을 바탕으로 〈폭언일기〉라는 책을 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칭찬도 큰 힘이 된다. 특히나 좌절이 일상인 신입 사원에게는 칭찬의 위력은 더욱 거대해진다. 신입 사원이 능숙하지 못한 건 너무 당연한 건데, 그때의 욕심은 모두가 겪었듯 잘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 그리 이성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잘 못 하는 작은 부분들을 스스로에게 큰 부족함으로 확대시키는 건 기본이다. '나는 왜 카피를 잘 못 쓸까', '나는 왜 좋은 생각을 못 할까' '내 아이디어는 언제쯤 팔릴까(채택이 될까)'와 같은 부러움과 오기만으로 회의가 마무리되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신입 시절이라는 것은 자존감이 지층을 뚫고 내핵까지 향하는 시기다.

 

나의 신입 시절 또한 비슷했다. 내 아이디어가 프린트되는 종이를 보며 한국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에 이바지하는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낼까 하는 자기비하적인 생각도 서슴지 않았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난 난폭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