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카페에서 나온 '천하제일 여친 그리기 대회'

마케터는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잘 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지, 아이디어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종종 한 달 동안 아이디어 회의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다가 어느 날 커피 한잔하면서 떠들던 중에 나온 사소한 아이디어에 고민이 해결될 때가 있다. 또한 그렇게 출발한 캠페인일수록 오히려 성공률이 높다.

 

가벼운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비트윈에서의 네 가지 대표 케이스를 소개한다.

 

못 그려도 괜찮아

만화 카페를 찾은 주말이었다.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니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드래곤볼>을 봤다.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천하제일 무술대회다.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내용인데,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천하제일 애인 그리기 대회를 하면 어떨까?

남자친구를 그리든, 여자친구를 그리든,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재미 삼아 자신을 그려달라며 댓글로 상대방을 소환하면 홍보도 잘될 것 같았다.

 

컨셉이 고민됐다. 비트윈과 결을 맞추려면 둘을 함께 그리는 커플 그리기 대회가 맞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은 여친 그리기 대회를 열고, 인기가 있으면 그다음에 남친 그리기 대회를 이어서 하는 것이 타깃이 명확하고, 참여를 유도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생각이라 여친 그리기 대회부터 페이스북에서 가벼운 이벤트로 열었다.

제2회 천하제일 여친님 그리기 대회 페이스북 포스팅 ⓒ김동신

참가 작품은 총 88편으로, 목표한 100편에 미치지 못했다. 대신 댓글은 1200개 정도 달렸다.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그림이 재미있어서 상대방을 태그한 사람들이 많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그림 스타일이 나온 덕분이었다. 잘 그린 그림보다 오히려 못 그린 그림이 인기가 더 많았다. 재미를 충족했으니 경품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제2회 천하제일 여친님 그리기 대회 참가 작품 ⓒ김동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