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OOO에게 묻다

Curator's Comment
이번 콘텐츠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젊은 직업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를 큐레이션 했습니다.

첫 세 챕터에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창업한 젊은 소셜벤처 대표들의 여정을 다룹니다.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챕터까지는 좋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다채롭게 하는 젊은 기획자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리고 마지막 세 챕터에는 조금 늦은 나이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아 세상에 하나뿐인 식당을 차린 오너셰프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 큐레이션은 창업가, 기획자, 혹은 셰프로서의 삶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추천합니다. 그 꿈을 한발 앞서 실현한 직업인들의 일과 삶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머시주스를 창업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2월에 발간된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해당 콘텐츠의 내용은 인터뷰이들의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정한 대표는 의대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건축학과와 경제학과를 거쳤다. 졸업 후 명품 의류 브랜드 영업 관리직으로 2년간 일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 2000만 원으로 친구들과 온라인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공장까지 가동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던 어느 날, 동업자인 선배에게 1억 원 사기를 당했다. 문정한 대표는 사업을 접고 동대문 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돈은 다시 모을 수 있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잊히지 않았다.

 

문득 '나는 왜 사업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오직 돈만이 목적인 삶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2박 3일 무전여행을 다녀온 뒤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굳건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정직한 삶을 사는 것, 나아가 정직한 청년들을 지지함으로써 지역 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그의 창업 이념이 됐다.

젊은 OOO에게 묻다

Curator's Comment
이번 콘텐츠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젊은 직업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를 큐레이션 했습니다.

첫 세 챕터에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창업한 젊은 소셜벤처 대표들의 여정을 다룹니다.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챕터까지는 좋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다채롭게 하는 젊은 기획자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리고 마지막 세 챕터에는 조금 늦은 나이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아 세상에 하나뿐인 식당을 차린 오너셰프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 큐레이션은 창업가, 기획자, 혹은 셰프로서의 삶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추천합니다. 그 꿈을 한발 앞서 실현한 직업인들의 일과 삶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머시주스를 창업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2월에 발간된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해당 콘텐츠의 내용은 인터뷰이들의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정한 대표는 의대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건축학과와 경제학과를 거쳤다. 졸업 후 명품 의류 브랜드 영업 관리직으로 2년간 일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 2000만 원으로 친구들과 온라인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공장까지 가동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던 어느 날, 동업자인 선배에게 1억 원 사기를 당했다. 문정한 대표는 사업을 접고 동대문 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돈은 다시 모을 수 있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잊히지 않았다.

 

문득 '나는 왜 사업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오직 돈만이 목적인 삶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2박 3일 무전여행을 다녀온 뒤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굳건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정직한 삶을 사는 것, 나아가 정직한 청년들을 지지함으로써 지역 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그의 창업 이념이 됐다.

©남해의봄날

문정한 대표는 의류에서 식음료로 관심사를 바꿨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그는 시장 확장성이 있는 주스에 집중했다. 영세농가와 직거래한 제철 과일이나 야채로 정직하고 건강한 주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자*에 선정되어 받은 3000만 원의 지원금으로 착즙주스 브랜드 머시주스(Mercy Juice)를 설립했다.

* 문정한 대표는 2013년 6월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최하는 소셜벤처경연대회에 참가했다.

* 머시주스 소개 영상 ⓒGABWORKS

머시주스는 자동차나 포크레인을 설비할 때 쓰는 콜드프레스 공법을 응용하여 재료에 압력을 가한다. 녹즙과 달리 재료를 갈지 않고 짜기 때문에 열 손실이 거의 없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다. 설탕, 첨가제, 보존제는 물론 물도 안 들어간다.

 

타깃은 디톡스나 웰빙을 추구하는 2030 직장인으로 정했다. 자연스럽게 직장인들의 밀집 지역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었다. 임대료가 높지만 시장 반응이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다. 머시주스는 론칭 1년 만에 매출 20억 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자연스럽게 공장을 세우고, 매장을 늘리고, 직원도 많이 고용했다. 고비가 찾아왔다. 관리 체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히 채용을 하다 보니 기업의 특성이나 경영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구성원들이 늘어났다. 직원 간 마찰이 잦아졌다. 밀물처럼 입사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퇴사했다.

 

문정한 대표는 또다시 깊은 고민을 마주했다. 머시주스의 핵심 가치인 정직을 되뇌었다. 그는 기업을 축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프라인 매장 2개만 남기고 모든 지점을 정리했다. 대신 백화점에서 종종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홈페이지에서는 주스 정기구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온라인 유통을 활성화했다.

 

제품의 좋은 품질과 정직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머시주스는 다시 판매 채널을 늘렸다.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건강에 관심 많은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요가 학원에 납품하기도 했다.

영세농가와의 지속적인 협력

머시주스의 핵심 협력자는 작은 농가들이다. 주스 착즙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기에 문정한 대표는 창업 초기에 무턱대고 작은 농장들을 찾아갔다. 삶에 여유가 없는 농민들은 외부인의 방문을 꺼렸다. 문정한 대표는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영세농가는 1년 내내 경작에 힘써도 미곡종합처리장에 작물을 헐값으로 넘기는 게 보통이다. 추수한 것들을 정미소에서 가공하면 가치가 높아지지만, 직접 브랜드 작업까지 해야 한다. 농사로도 이미 일손이 부족한 영세농은 브랜드를 만들 여력이 없다. 반면에 대형 농가의 작물은 좋은 시설과 체계 덕에 단가가 낮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작은 농가는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정한 대표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건조제품 제작을 시도했다. 영세농가를 모아 수확한 현미를 지역 정미소에서 가공하고, 부가 가치가 두 배 늘어난 현미를 머시주스가 재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상품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머시주스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건조제품의 상품화는 실패했지만, 그는 꾸준히 영세농가에서 과일과 채소를 수급 받았다. 재료의 시세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품질과 유통망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좋은 땅에 좋은 종자를 심고 길러도 여러 번의 배송 단계를 거치면 원재료의 품질이 떨어지기 쉽다.

 

머시주스는 오랜 고민 끝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발주 시스템을 개발했다. 첫 시험 대상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인 케일이었다. 케일의 월별 사용량을 수치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달 물량을 미리 발주하는 방식으로 수급 조절을 했다. 현재 머시주스는 남양주, 김해, 그리고 울진 등에 있는 여러 농가와 거래를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케일 발주 시스템을 다르게 적용해본 뒤 시금치와 당근으로 적용 범위를 늘려갈 생각이다.

©머시주스

청년 창업 지원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행하다

문정한 대표는 머시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소셜벤처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시주스가 이를 실천하는 방식은 판매 수익의 나눔보다는 기업 운영 과정을 통해서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영세농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 장기적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의 회복에 꾸준히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 후 2년이 지났을 때, 문정한 대표는 청년자립 기금을 만들었다. 사업 아이템이 있는 청년이 일정 금액을 꾸준히 모으면 창업 자금을 지원해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을 돕는 기금이다. 청년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머시주스를 론칭한 문정한 대표는 이러한 시스템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원 대상은 머시주스에서 1년 이상 일한 청년들이다. 1년 정도는 지켜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게 문정한 대표의 생각이다. 청년들은 그 기간에 머시주스의 정직한 가치관을 전수받는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해도 사회적 책임은 잊지 않길 당부한다.

 

지원 대상의 두 번째 조건은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저축하는 것이다. 피땀 흘려 모은 자신의 돈을 자본금의 일부로 사용한 창업가는 마음가짐부터 남다르다.

 

조금 느리더라도 소수의 기업가에게 자원을 집중 투입하여 경제관념부터 사회 경험까지 단단하게 인큐베이팅 하는 것이 머시주스의 방식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사업으로 펼칠 수 있도록 목표를 관리해주는 것도 인큐베이팅 단계 중 하나다.

 

문정한 대표는 청년 사업가 지원 외에도 소셜벤처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방면으로 실행한다. 발달장애인의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동구밭'과 함께한 천연비누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과일과 채소를 착즙하고 남은 부산물로 동구밭의 구성원들이 비누를 만들면, 이 비누를 머시주스가 브랜딩하여 판매하고 수익금은 다시 동구밭에 돌려주는 구조다.

 

그에게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미션 수행은 분리될 수 없는 가치다. 소셜벤처는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 문제 해결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