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쓰는 학교의 글쓰기 vs. 돈 받고 쓰는 직장의 글쓰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스마트폰은 그럭저럭 사용하시지만 컴퓨터와 친숙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대신 정보 검색을 시키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몇 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 대부분 기꺼이 찾아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절대 해드리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부부동반 모임에서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지 한번 찾아볼래?

이번 명절에 1박2일 정도 여행 갈 곳이 어디 없을까?

오, 이런 질문을 받는 많은 효자 효녀 분들. 재빨리 도망치세요. 결코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뿐더러 수차례 실랑이 끝에 결국 부모님께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해외 여행과 1박 2일 여행의 선택지는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때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합니다.

일단 모임 분들끼리 상의하셔서 가고 싶은 나라와 날짜를 정하시면 그때 제가 좋은 상품들을 종류별로 찾아드릴게요.

물론 나라가 정해진 후에도 상품은 수백 가지가 있지만 부모님들은 대부분 패키지여행 신봉자시고 선호하시는 여행사는 두세 곳입니다. 그중 가격과 포함 혜택을 상세하게 제공하는 5개 후보군을 드리면 됩니다. 한 페이지 요약본을 만드는 것은 필수입니다. 요약본 뒤에는 여행사가 열심히 만든 상품설명서를 인쇄해서 붙입니다. 저는 약 두 시간 정도의 노력을 통해 역시 키워놓은 보람이 있는딸내미로 등극합니다.

 

회사의 일, 특히 글쓰기도 이런 식입니다. 부족한 정보가 문제가 아니라 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