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공간을 추억하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아직은 여름의 잔향이 남아 있는 이른 가을 무렵. 오모테산도역 A4번 출구로 나와 바로 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네즈미술관이 있는 교차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 길을 도쿄 사람들은 미유키도리(みゆき通り)라고 부릅니다.

 

옅고 푸른 어둠이 내린 늦은 오후 그 길을 따라 네즈미술관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오모테산도에서 느껴지는 한여름의 북적이는 활기를 뒤로한 채 초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불어오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도쿄의 초가을 향기가 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쿄의 향기' 중 하나입니다.

 

네즈미술관 교차로의 고즈넉한 풍경은 세련된 번화가로 불리는 아오야마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오래된 주택과 작은 부티크숍, 개성 있는 카페와 목욕탕까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이야 말로 예로부터 이어진 '아오야마 동네'의 본래 모습을 간직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오야마 사거리 ⓒ도쿄다반사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의 많은 인파와 화려함에 지쳐 문득 커피 한 잔이 떠오를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도쿄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향하던 곳이 바로 헤이든북스(Haden Books:)였습니다.

 

이곳의 정확한 주소는 미나미 아오야마라고 하지만 헤이든북스는 네즈미술관 교차로에서 조금 더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아오야마 맞나?' 싶을 정도로 주변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따뜻한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