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미술관과 갤러리 나들이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요즘 도쿄 여행기를 접하다 보면 유독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는 여행객들이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제가 도쿄에서 생활했던 시절 도쿄 곳곳을 산책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서울의 인사동이나 소격동 그리고 통의동처럼 갤러리나 미술관이 밀집된 거리를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거였어요. 그나마 비슷한 지역을 고르자면 아마도 '화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한, 오래전부터 긴자에 모여 있는 작은 갤러리들과 우에노에 있는 미술관 정도입니다.

 

이런 도쿄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미술 스팟'으로 주목을 모으기 시작한 지역이 바로 롯폰기입니다.

 

모리미술관(2003년 개관)을 시작으로 국립신미술관(2007년 개관), 롯폰기 미드타운이 차례로 들어섰고, 2007년에 산토리미술관이 아카사카에서 롯폰기 미드타운으로 옮겨왔습니다. 이 세 곳을 통틀어 '아트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르면서 롯폰기가 미술의 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제가 도쿄에서 생활하던 시기가 마침 이때라서 당시 도쿄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컬렉션이 풍부하다는 인상주의 기획전과 모리야마 다이도(森山大道),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와 같은 사진가들의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녔습니다.

 

전시 기획이라는 측면으로도 충실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의 전시를 놀이와 같은 감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전시들이 제 머리속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최근의 도쿄 여행기를 접하면서 문득 '아트 트라이앵글' 이후의 도쿄 아트 스팟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주인공이 바로 독립 큐레이터인 이이다 다카요(飯田高誉) 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