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와 바가 있는 시부야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하루에 약 50만 명이 지나간다는 시부야역 앞의 커다란 교차로, NHK 방면으로 향하는 고엔도리(公園通り)와 편집숍이 모여 있는 진난(神南) 쇼핑 거리, 푸글렌(Fuglen)이나 카멜백(Camelback) 같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오쿠시부야(奥渋谷). 현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부야(渋谷)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시부야는 도큐핸즈(Tokyu Hands)*가 있는 우다가와초(宇田川町)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레코드숍이 가장 밀집된 거리이기도 했어요. '음악에 대한 정보량이 세계 최고인 지역' 그것이 한동안 시부야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었습니다.

* 시부야를 대표하는 잡화 전문 쇼핑몰

 

2000년대 중반 제가 도쿄에서 생활하던 시절, 저는 주말마다 복잡한 시부야 중심가를 지나서 우다가와초 근처에 있는 레코드 가게로 향했습니다. 왕복 이차선 정도의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골목마다 다양한 장르의 전문 레코드 가게가 있었어요.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청음기에 있는 음악들을 전부 듣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곤 했습니다. 음악과 레코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시부야는 빼놓을 수 없는 도쿄의 명소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시부야역에서 조금 떨어진 우다가와초의 조용한 지역에는 '바 보사(bar bossa)'라는 보사노바 바가 있습니다. 바 보사의 마스터인 하야시 신지(林伸次) 씨는 20여 년간 시부야에서 바텐더와 레코드 컬렉터의 두 가지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바 보사 입구 ⓒ도쿄다반사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고 3개월 정도 지난 뒤에 처음 바 보사에 찾아간 기억이 납니다. 당시 지진의 영향으로 시부야조차도 특유의 활기를 띠고 있지 않았죠. 가게도 한가한 날이 많아서 오픈 시간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하야시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보사노바와 브라질 음악들을 들었습니다.

 

당시 술을 못 마시는 제게 바는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마스터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좋은 바에 가면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하는, 또 좋은 취미를 지닌 어른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