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라이언즈에서 느낀 것,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목적의 중요성

칸에 온 대부분의 브랜드와 에이전시에서 '목적(purpose)'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서비스(혹은 상품)가 가진 본질적 속성에 걸맞은 목적을 정립하고, 이 목적에 대해 고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모든 마케팅 활동의 근간임을 거듭 강조했죠.

업계 관계자들끼리의 캐주얼한 대화(meet-up) 시간 ©Cannes Lions

목적에 기반한 마케팅이라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식상하고 뻔한, "착한 마케팅" 혹은 "착한 광고"가 아니냐는 삐딱한 시각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칸 라이언즈에 모인 글로벌 브랜드와 에이전시는 목적을 추구하는 당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단계는 이미 오래전에 넘어선 것 같더군요.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제약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새로운 도전, 혹은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플랫폼의 힘, 그리고 그들의 강력한 메시지

칸 광고제 기간 칸의 해변은 스폰서 기업들의 텐트로 가득 찹니다. 플랫폼, 대행사,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경쟁적으로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데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스는 역시 구글과 페이스북의 공간이었습니다.

 

구글은 LGBTQ+ 지지 선언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는데요.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포용하려는 액션을 보여주었죠. 페이스북은 저명한 디자이너 저먼스 에르믹스(Germans Ermics)와 함께 '레인보우 엔즈(Rainbow ends)'라는 이름의 아트워크를 공간 전면에 배치했는데요. 무지갯빛 스펙트럼이 프리즘을 통해 보이는 공간을 연출하여, 구글과 마찬가지로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습니다.

Germans Ermics와 함께 작업한 아트워크 'Rainbow ends' ©최다혜다양성에도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젠더나 성적 지향과 관련해서는 '모든 구성원을 수용하겠다'라는 소극적인 단계를 지나 그들의 문화를 주류로 포용하는 듯한 뉘앙스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성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도 감지할 수 있었고요.

 

디지털? 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