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늙어가는 가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노포의 장사법>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전편 격인 <백년식당>을 쓰고 앓아누웠다.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던가. 왜 사람들이 이 일을 하지 않았는지 알았다. 일단 섭외가 되지 않았다. 상당수 식당이 찾아가면 간첩 취급이요, 전화 걸면 장사꾼 대우였다. 그럼에도 섭외는 이 책의 핵심이었다. 식당 주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박혜신, 조윤정 두 분의 기획자가 섭외까지 많이 도와주셨다. 어떤 이는 "식당 쪽에서는 소개 글이 나오면 홍보도 되고 좋지 않겠느냐"고 속 편한(?) 얘기를 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활자 매체보다 힘이 더 세다고 식당 주인이 생각하는 텔레비전 채널만 한국에 대략 열 개 남짓 된다. 한 채널 안에서도 프로그램마다 각기 달리 섭외한다.

 

아침 방송에 식당은 필수 아이템이다. <VJ특공대> 같은 다큐멘터리나 예능도 빠지지 않는다. <수요미식회>나 <백종원의 3대 천왕> 같은 프로그램에다 온갖 '먹방'이 널렸다. 그냥 일반 예능에도 일없이 식당이 나온다. 드라마도 안 빠진다. 장소 협찬도 일종의 홍보 활동이다. 이 틈을 뚫고 안면도 없는 식당에 가서 인터뷰 좀 해주십사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박찬일을 누가 알겠는가.

 

취재하고 싶은 식당이 갑자기 섭외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이 한번 훑고 가면 그 식당은 대체로 말도 붙이기 어렵다. 열 몇 명이 넘는 스태프가 식당을 장시간 들었다 놨다 하는 바람에 내가 가서 취재 어쩌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그 와중에 홍보비 내놓으라는 삼류들도 드나든다.

 

정상적인 언론에 식당 기사가 나가면, 그 언론사의 매체를 정기구독 등으로 파는 외곽 업체가 마치 편집국인척 잡지 구독을 강매하는 일도 흔했다. 파워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를 동원해서 홍보해주겠으니 돈 내놓으라는 찰거머리들도 온다. 그러니 나는 그런 사람 아니오, 하는 말부터 씨가 안 먹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