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삶 치른 택시운전사들의 50년 단골집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노포의 장사법>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아저씨, 맛있는 집 좀 데려다주세요.
요즘처럼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택시 잡아타고 그랬다. 언론인, 정치인, 대기업 홍보실 직원, 공무원, 택시 기사들이 요즘 말로 하면 '맛집 파워블로거'였다. 이들이 맛집을 전파했다.
그때는 기사식당도 맛집에 들어갔다. 뭐랄까, 남의 세계에 몰래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를 타고 들어가면서 이렇게 물어봤다. "밥 돼요?" 진짜다. 기사가 아닌데도 밥을 파느냐는 질문이었다.
신기하고 묘한 세계였다. 노랗고 파랗고 회색인 기사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각자 혼자 앉아서 밥을 먹는 광경. 정말 세계에서 유일한 장면이었다. 서울이 메트로폴리탄이 되었다는 신호였고, 밥이 신성한 장소이자, 노동의 고귀함이 드러나는, 목울대가 메는 현장이었다. 최소한 기사식당에 가면 밥맛은 보증한다는 요즘의 인식도 그때 생긴 것이다.
기름밥 먹는 사람은 입이 짧아서 어지간히 맛있게 해서는 장사가 안된다는 속설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루 4백~5백 킬로미터를 주행하며 한때는 불친절과 과도한 합승으로 손님에게 욕도 많이 먹었던, 삶을 전쟁처럼 치렀던 그들의 사연이 있는 집에 들렀다. 성북동의 유명한 돼지갈빗집. 갈비 굽는 냄새가 멀리서도 나는 듯하다.
명색이 기사식당인데 택시는 별로 안 보인다. 주로 자가용이 줄을 이어 주차해 있다. 여기 갈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다. 즉석구이가 아니라 부엌에서 구워온다. 한 연세 지긋한 택시 기사 손님에게 묻는다. 여기 왜 오는지.
옛날 갈비 맛이 나는 집이에요. 일부러 이거 먹으러 배가 고픈데도 참고 운행하다가 왔어.
과연 옛날 맛이란 뭘까. 냄새가 다르다. 연탄구이라던데, 그것 때문일까.
여긴 옛날부터 연탄으로 궈서 내. 그 냄새가 좋은 거야. 그게 진짜 돼지갈비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