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éal의 Z세대 공략법: 디지털, 디지털, 디지털

로레알(L'Oréal)은 여러모로 대단한 회사입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글로벌 코스메틱 시장에서 25년간 정상을 지켜왔죠. 로레알의 2018년 매출은 35조 원에 달하는데요. 이는 경쟁사인 에스티로더 매출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로레알이 보유한 4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 중 로레알이 직접 만든 브랜드는 세 개뿐이라는 점도 놀랍습니다. 1964년 랑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50여 년간 M&A를 거듭하면서, 효과적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셈이죠.

 

로레알은 디지털을 최우선시하는 회사라는 지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공급망 관리, 제품 생산부터 고객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로레알의 핵심 어젠다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로레알에는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최고디지털책임자라는 직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로레알이 디지털에 친숙한 저연령대의 고객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2014년 로레알은 전사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포지션을 만들고, 당시 나이 37세에 불과했던 루보미라 로쳇(Lubomira Rochet)을 최고디지털책임자로 전격 영입해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전개했습니다.

 

로레알이 생각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단순히 앱을 만들어 출시하고, 디지털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루보미라는 로레알이 보유한 데이터를 모두 활용해, 매출과 비용까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여 관리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제작부터 광고 집행을 위한 매체 구매까지 일련의 마케팅 활동은 모두 데이터를 통한 분석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로레알은 이러한 디지털 이니셔티브(digital Initiative)를 위해 디지털 전문가를 2500명 이상 고용하고 2만 7000명의 기존 직원들에게 디지털 직무 교육을 해 스페셜리스트 조직을 구축했습니다. 2014년 시작 당시에 디지털 전문가가 300여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죠.

 

루보미라는 로레알이 전통적인 브랜드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1. 거대한 브랜드는 항상 더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Big global brands can win).
로레알의 디지털 부문은 2018년의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로레알 파리(Loreal Paris), YSL, 키엘(Kiehl), 조지오 아르마니(Georgio Armani) 등 주요 브랜드가 모두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 이상의 매출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 이커머스(e-commerce)의 세계에서도 인지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브랜드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로레알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디지털 퍼스트'의 목표가 무엇인지 잊지 마라(Don't fight the wrong battle).
빅데이터를 모으는 건 로레알의 사명이 아닙니다. 테크 기업이 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에게 더 나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데이터에만 집중하기보다 그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부화뇌동하지 마라(Don't give into the buzz).
업계에서 어떤 일을 처음 시도할 때는 구설수에 오르거나 오해받는 일도 많습니다. 로레알이 처음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존에 제품이 등록되니 노골적인 리뷰 때문에 노이즈가 발생하고, 다른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니 본래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을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니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즐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4. 성공을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처럼 변화해라(Successes are earned in the field).
처음 이커머스를 시작했을 때는 고작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로레알 매출의 40%를 차지합니다. 이런 성과를 이루기 위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젊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부에서는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선제되어야 합니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수직화된 조직에서는 Z세대는커녕 밀레니얼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루보미라는 특히 강조했습니다.

5. 믿음과 주목이 새로운 통화 수단이다(Trust and attention will be the two biggest currencies).
브랜드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고객은 브랜드와 멀어집니다. 브랜드의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것은 브랜드 마케터가 아닌 해당 브랜드의 팬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어 NYX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NYX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nyxfacialaward' 해시태그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라로슈포제(La Rocheposay)의 계정에도 실제 유저의 간증으로 가득하고요. 브랜드를 향한 신뢰와 팬들의 관심은 브랜드 자산으로 관리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뷰티 브랜드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품에서 서비스로, 그리고 이제는 서비스에서 경험으로.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개인의 성장과 함께 뷰티 플랫폼이 확장되는 방식으로 기업 또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Z세대에게 이미 넘쳐나는 정보를 재가공해 전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moment of grace)에 무엇을 느낄지 잘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고객 경험을 확장한 사례로 로레알이 인수한 뷰티 업계의 인공지능 전문 기업 모디페이스(ModiFace)가 있습니다. 70여 명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모여 있는 모디페이스는 30여 개의 특허를 보유 중인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로레알은 이 기술을 토대로 가상 메이크업 앱인 메이크업 지니어스를 출시했습니다.

 

* 메이크업 지니어스 영상 ⓒ로레알

 

이 앱으로 가상의 메이크업을 얼굴에 적용해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상품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데요. 모디페이스는 가상 체험이 실제 구매로 연결되도록, 끊임없이 실험합니다. 최근에는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AR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얼굴에 구현해보는 '스타일 마이 헤어(Style My Hair)', 네일 시술 전 가상으로 손 위에 컬러를 얹어보는 '버추얼 네일 살롱(Virtual Nail Salon)' 등 더 다양한 기능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변화했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입니다

로레알은 미래세대가 즐기게 될 새로운 경험은 디지털에 기반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단언합니다. 앞서 얘기한 메이크업 지니어스 앱을 비롯해 AI를 이용한 피부 진단, 음성 기반 뷰티 코치, 웨어러블 기술 등 디지털 혁신의 방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에 뒤처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로레알은 외부에서 기술 이해도가 높은 우수한 기업을 흡수하는 것에도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난 30년간 로레알이 다른 화장품 브랜드 인수합병을 통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테크놀로지 영역에서의 적극적인 개척을 통해 거대한 플랫폼 사로 성장할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성에 특화된 에이전시, Adolescent Content

에돌슨트 컨텐트(Adolescent Content)는 '다양성(diversity)'에 초점을 둔 마케팅을 수행하는 에이전시입니다. 이분법적 잣대에 갇히지 않고, LGBTQ+를 포괄하는 다양성에 특화된 캠페인을 주력으로 제작합니다.

 

Z세대의 특성을 설명할 때 가장 일반적인 개념은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거침이 없다는 의미죠.

 

저는 이 개념이 참 어려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간극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아래 예시로 소개하는 에돌슨트 컨텐트의 도발적인 세션을 통해, 글로벌하고 Z세대 친화적인 '진정성'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들이 보여주는 '논 바이너리*(non-binary)'한 느낌의 이미지가 저에게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고 더 나아가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트렌드를 엿볼 수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크리에이터 마일스 로프틴(Myles Loftin): 이토록 솔직한 나와 내 친구의 우정과 사랑

흑인 남성은 오해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나아가 흑인 게이 남성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편견과 오해가 만연한 만큼 그들을 표현하는 콘텐츠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만 해도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일스의 사진은 게이 친구들이 서로 웃고 떠들거나 함께 손잡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이분법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진들입니다.

 

마일스의 가장 인상적인 작업물은 '후디드(Hooded)'라는 개인 포트폴리오였습니다.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남성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는데요. 흔히 강하고 직설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그려지는 흑인 남성성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스포츠용품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와 함께, 퀴어 운동선수들과 작업한 이미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멋졌습니다.


크리에이터 로렌스 필로메네(Laurence philomene): 내 세계를 보여줄게

이번 칸 광고제에서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스펙트럼으로 인정하자는 취지의 언급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로렌스가 작업한 이미지는 충격적이면서도 다양한 성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리즈는 '럭키(Lucky)'입니다. 로렌스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트랜스젠더(intersex transmasculine)인 '럭키'를 8년 동안 다정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트랜스젠더의 몸을 다루는 작업 자체가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판단을 배제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작업한 사진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크리에이터 셰아 반 가보(Shea Vaughan-Gabor): 넌 참 아름다워

크리에이터로서 셰아의 첫 프로젝트는 '뷰티풀(Beautiful)'입니다. 유튜브에서 무려 2000만 뷰를 달성했는데요. 영상의 컨셉은 단순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You're beautiful!"이라 말하고, 그 반응을 기록한 영상입니다. 아름답다는 말에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감격하기도, 화내기도, 당황하기도 하는 미국 십 대들의 솔직한 모습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죠.

 

* Beautiful ⓒAdolescent Content

 

아름다움은 단일한 기준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여러 번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Z세대에게 아름다움은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넘어선 개념이며, 그들은 솔직한 감상을 그대로 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설명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이 세션을 통해 적어도 성적 다양성에서는 칸이 엄청난 수준으로 진보했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여러 예시를 통해, Z세대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이 진정으로 사회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행동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Z세대의 떠오르는 태양, TikTok

'Z세대에 관한 고찰'은 칸 광고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 중 하나인데요. Z세대의 특성이 가장 직관적으로 반영된 플랫폼이 바로 틱톡(TikTok)일 겁니다.

ⓒTikTok틱톡은 중국의 미디어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제공하는 글로벌 쇼트 비디오 앱입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죠. 틱톡은 2018년 전 세계 게임 외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세부적으로는 앱스토어에서 1위, 구글 플레이에서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에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대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었죠.

 

10~20대가 헤비 유저인 틱톡이 여타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15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틱톡은 립싱크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돕고, '인스타 스토리'처럼 이를 하나의 프로필에 모아서 보여주는 소셜 미디어 기능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짧은 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틱톡만의 새로운 특성 탓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이죠.

 

놀라웠던 건 칸에서 틱톡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 점입니다. 틱톡 또한 자신들의 존재감을 칸에서 확실히 알리고 싶었는지 디스플레이 광고도 과감하게 집행하고, 틱톡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세션도 꾸렸습니다.

 

* 틱톡이 제작한 캠페인 영상 '#ImaDoMe' ⓒTikTok

 

틱톡은 급성장하는 플랫폼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힌트를 전해주었습니다. 틱톡이 선택한 크리에이터는 안나 오브라이언(Anna O'Brien)과 안드레아 오케케(Andrea Okeke)였는데요. 각자 개성이 아주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Z세대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그들이 콘텐츠를 접할 때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틱톡 크리에이터의 말에 따르면 Z세대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큰 오해라고 이야기합니다. Z세대는 그저 마음에 드는 짧은 동영상을 여러 번 거듭해서 보는 시청 패턴을 더 자연스럽게 느낄 뿐이라는 거죠.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로, Z세대는 짧은 영상이라도 아주 면밀하게 살피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틱톡 영상의 배경에 놓인 음료수 캔 하나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죠.

 

그래서 무대에 오른 두 크리에이터는 틱톡에서 영상을 기획할 때, 다중 구조의 스토리 라인(multi layer story line)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배경에 있는 사람, 물건, 풍경 등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스토리 라인만큼 중요한 것이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앞선 파트에서도 언급했듯이 진정성은 Z세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여러 차례 등장한 개념입니다.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유대감을 형성해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늘 실수해
때때로 멍청한 짓도 하지

또한 두 크리에이터는 Z세대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지 않는 특성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Z세대는 재밌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단순히 재밌다고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참여해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변형합니다. 틱톡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챌린지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I got horses in the back Challenge ⓒTikTok

 

두 사람의 크리에이터가 이야기하는 틱톡 콘텐츠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승전결의 부재'입니다. 쉽게 말해 '줄거리'가 없다는 건데요. 줄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요소를 마음대로 섞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점이 크리에이터를 즐겁게 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오브라이언은 ASMR과 피트니스가 섞이고, 음악도 마음대로 넣는 등 새로운 장르와 포맷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케케는 '언어가 없어도 된다'라는 점을 짚었는데요. 음악과 제스처, 상황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글로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이러한 무경계성이야말로 Z세대가 선호하는 방향과 맞닿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틱톡 크리에이터와 일하는 방법

틱톡이 부상하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틱톡을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과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도 깊어지는데요.

전통적 광고에서처럼 일방적으로 브리프를 강요하면, 절대 캠페인이 성공할 수 없다.

크리에이터는 위의 언급을 강조합니다. 틱톡의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캐릭터와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그들을 믿고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존 스토리텔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15초는 너무 짧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크리에이터를 믿고 맡기라는 말이 꼭 틱톡만이 아니라 다른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도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틱톡 채널이나 Z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라, 현대의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 그 안에 녹아있는 브랜드의 '작위적인 메시지'를 판별하는 분별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길이 Youtube로 통하는 세상

요즘 세상에 유튜브를 제외하고 트렌드와 광고, 밀레니얼과 Z세대를 논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세계관을 창출하고 있는 유튜브가 마련한 세션에 관심이 가는 건 지당한 일입니다. 무려 3000만 명이 매일 유튜브에서 평균 40분의 시간을 보내니까요.

ⓒYoutube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온 연사는 유튜브 EMEA* 마켓을 총괄하고 있는 세실 프롯 쿠타(Ceclie Frot-Coutaz)였습니다. 그는 23년간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 Got Talent)> 등 인기 TV 쇼 프로그램을 기획해온 프로듀서인데요.

* 유럽, 중동, 아프리카(Europe, the Middle East and Africa)를 묶어 이르는 말

 

그는 창의성(creativity)을 '예술과 과학의 조합'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좋은 프로듀서의 역할은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 지속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겠죠. 그 토양 아래서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이나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 캐리 언더우드(Carri Underwood) 같은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TV는 구조상 비용·시간의 제약이 확실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공식(magic formula)이 나올 수 없어 늘 아쉬웠다고 합니다. 새로운 실험을 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공식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유튜브 생태계 내에서는 TV보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성공 공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혁신적인 콘텐츠와 스토리텔러가 유튜브 안에서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곧이어 다음 세션에서는 유튜브의 트렌드 매니저(Head of Culture and Trend) 케빈 알로카(Kevin Alloca)가 등장해 유튜브 콘텐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가지 특징을 공유했습니다.

 

첫째,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TV나 라디오에서 장르는 콘텐츠를 구분하고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되었는데요. 유튜브에서는 이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콘텐츠를 만들 때 굳이 장르의 틀에 갇힐 필요가 없습니다.

 

대중매체에서 이미 유명해진 연예인들도 유튜브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장르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가수 리한나의 뷰티 콘텐츠나 윌 스미스의 브이로그, 잭 블랙의 게임 방송 등은 장르가 완전히 파괴된 형식에 메인스트림 연예인이 편입한 셈이죠. 장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은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서 첫 발자국을 떼는 일입니다.

 

둘째,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실수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죠. 완벽한 캐릭터가 등장해 실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유튜버 '조안나 세디아(Joana Ceddia)'인데요. 메이크업도 전혀 하지 않고 굴욕 앵글에도 괘념치 않은 채 사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그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광고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이런 '불완전한 완벽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틀을 깨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 A day in the life: high school edition ⓒJoana Ceddia

 

셋째, 맥락 없는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따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더군요. 메시지나 맥락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즉흥적으로 만든 콘텐츠가 흥미롭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뜻이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치킨 밴드(chicken band) 영상입니다. 소리 나는 닭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단순한 영상으로 보이지만, 수천만 조회 수를 달성했죠.

 

저와 이 리포트를 함께 만들고 있는 퍼블리 담당자가, 이와 비슷하게 맥락이 없다며 다른 영상을 소개해주었는데요. 목적도 메시지도 알 수 없지만 한 남자가 무언가(마요네즈, 쓰레기봉투, 종이 타월 등)를 먹는 짧은 영상을 올리는 아래 유튜브 채널은 묘하게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 mayonnaise ⓒmschf internet studios

 

2018년 최고 조회 수를 달성한 영상은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입니다.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한 달 만에 무려 2억 3000만 뷰를 달성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를 해설하는 영상의 뷰 수를 모두 합치면 1억 6000만 건에 달한다는 사실 또한 놀랍습니다. 모두가 함께 영상을 통해 공통의 경험을 향유하고, 해당 영상에 대한 분석과 감상을 2차적으로 공유하여 '파생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일반적인 흐름이 되었지요.

Z세대는 파생 콘텐츠에
관심을 갖습니다
틱톡 콘텐츠와 같이 직접 패러디를 하거나 따라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콘텐츠를 해석한 2차·3차 결과물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뒤이어, 구글에서 유튜브의 효과적 적용을 연구하는 언스키퍼블 랩스(Unskippable Labs)의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언스키퍼블 랩스는 구글의 파트너 브랜드 및 에이전시와 협업하여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조직인데요.

 

협업을 통해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타깃에게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캠페인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팀에서는 연간 3000개가 넘는 광고를 실험하며 패턴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피자 브랜드를 만들고, 요식업 광고에서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효과적인지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스키퍼블 랩스는 이 실험을 통해 발견한 요식업 광고 실험에서 얻은 시사점을 공유했습니다.

* 관련 기사: Google created a fake pizza brand to test out creative strategies for YouTube ads (TechCrunch, 2018.8.20)

1.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야 합니다. 음식 광고는 모든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시각 효과와 청각 효과를 함께 크리에이티브에 녹여야 합니다.

2. 텍스트와 시각적 자극을 분리하면 광고 효율이 향상됩니다. 짧은 포맷의 광고를 만드는 경우, 텍스트와 시각 효과를 분리하는 선택지를 고려하세요.

3. 직설적인 제안이 광고 효율과 호감도를 증가시킵니다.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더라도 광고에서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라는 제안을 이야기하면 고객의 이해도가 향상됩니다.

4. 당연하게도, 음식 광고에서 매력적인 비주얼은 큰 강점입니다. 광고를 확실하게 인지시키기 위해, 초 접사 촬영 등 첨단 촬영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즐거운 식사 경험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세요.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면 좋습니다. 작위적인 미소를 연출하거나 캔 위의 물방울 같은 표현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6. 청년층은 노인층보다 1인칭 시점(POV)에 더 잘 반응합니다. 몰입감을 더 높이기 위해 1인칭 시점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가장 잘 소구되는 연령대는 10~20대입니다.

7. 여성은 기능보다 감성적인 스토리에 반응합니다. 제품의 기능보다 해당 제품을 향유하는 맥락, 즉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여성은 호의적인 경향을 뚜렷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