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들의 위대함

누가 읽을 것인가

퍼블리가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입니다.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누가 이 콘텐츠를 읽을 건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등 구체적인 기획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가 분명할수록 목적하는 바에 다다를 확률도 높아질 테고요.

 

예상 고객을 정하는 건 퍼블리의 오리지널 콘텐츠뿐 아니라 책을 큐레이션해서 선보이는 '북 큐레이티드 바이 퍼블리(이하 Book Curated by PUBLY)'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보통 Book Curated by PUBLY 콘텐츠의 고객을 설정할 땐 책 제목으로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거나 인터넷 서점의 리뷰를 찾아봅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어느 지점에서 공감했는지 혹은 공감하지 못했는지 파악한 후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어쩔 땐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 분으로 고객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노포의 장사법>의 예상 고객을 설정하기 전에는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장사의 비결이나 비법을 알고 싶어 읽으시는 게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특히 책의 뒤표지에 쓰인 '한국형 밥장사의 성공 비결'은 정확히 그분들을 타깃으로 한 문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책을 읽고, 책을 읽은 사람들의 리뷰와 감상을 찾아봤을 때 관련 업계에 있는 분들이 '비결'을 알기 위해 보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장사의 비결이나 비법, 음식의 맛이 아니라 오래된 노포의 창업가나 직원이 보여준 '성실함'과 '꾸준함'의 가치에 반응했습니다.

사람처럼 늙어가는 오래된 가게, 노포 ⓒ노중훈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며 일이나 삶의 영역에서 지속성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어떠한 일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나간다는 건 대단하기도 하지만, 보상받기 어려운 노력이기도 합니다. 성실하게 하나를 파는 게 뒤처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꾸준함의 힘으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은 점점 적어지고, 빠른 변화의 판을 잘 읽어내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가지는 강한 파급력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이제는 그만 변해야 하나?'라는 불안도 가지면서요. 일의 종류와 영역에 상관없이 '꾸준함'과 '성실함'의 가치를 좀 더 믿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콘텐츠에서 소개하는 노포의 역사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책에서는 총 26곳의 노포를 소개했습니다. 이중 퍼블리 큐레이션에서는 '찾아오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 10곳을 추려 소개합니다. 나머지 16곳도 한 곳 한 곳 깊은 내공의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선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개한 10곳의 이야기가 마음에 드신다면 다른 16곳의 이야기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보통 큐레이션 콘텐츠에선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는 잘 넣지 않는데 이 책의 에필로그는 아래 내용 때문에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한 번 읽어봐 주세요.

... 일일이 손으로 반죽한다는 건 손해를 감수하고 치르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 같은 것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기도를 올리고, 똑같은 기도문을 읽는 마음 같은 것이다. 그런 순정한 마음이 이 집 부엌에 있다. 그러니 막국수(냉면)가 맛이 없을 리 없다.

- 큐레이터, 박소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