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원래 IT 기업의 직원들이 담당 업무가 아닌 별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 사이드 프로젝트는 좀 더 폭넓은 범위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자신의 본업이 아니라,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에서 속칭 '딴짓'을 시도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쓰이곤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자발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이드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강요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시작하지 않는다. 강요와 압력은 이미 직장에서도 충분히 받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대개 사람들이 가진 관심사와 흥미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돈이 목표가 되기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실행하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잘되면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일상에 큰 지장은 없다.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률과 은행 금리가 두 자릿수였고,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한 직장에 들어가 30년쯤 일하던 시절에는 60세 전후로 회사를 퇴직할 즈음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고, 자식 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요즘 생각하면 그야말로 꿈에나 나올법한 삶이다. 이제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일을  잘하는 직장인으로 사는 것만으로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우리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기간은 예전보다 짧아졌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선호하며,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균형감을 지키며 직장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스스로 선택지를 찾아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원래 IT 기업의 직원들이 담당 업무가 아닌 별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 사이드 프로젝트는 좀 더 폭넓은 범위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자신의 본업이 아니라,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에서 속칭 '딴짓'을 시도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쓰이곤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자발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이드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강요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시작하지 않는다. 강요와 압력은 이미 직장에서도 충분히 받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대개 사람들이 가진 관심사와 흥미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돈이 목표가 되기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실행하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잘되면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일상에 큰 지장은 없다.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률과 은행 금리가 두 자릿수였고,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한 직장에 들어가 30년쯤 일하던 시절에는 60세 전후로 회사를 퇴직할 즈음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고, 자식 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요즘 생각하면 그야말로 꿈에나 나올법한 삶이다. 이제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일을  잘하는 직장인으로 사는 것만으로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우리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기간은 예전보다 짧아졌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선호하며,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균형감을 지키며 직장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스스로 선택지를 찾아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다.

*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라이프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줄임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준비와 실행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여섯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장인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실제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인지 준비편과 실행편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경험의 연결: 이직하며 배운 것

우리는 너무 조심하며 살고 있다.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보지만, 관심은 금세 사그라든다. 좋아 보이는 것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을 뿐 우리의 감수성을 흔들어 놓는 경험을 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배움은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 10번에 가까운 이직 끝에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낸 이가 있다.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자기 자신을 콘텐츠 기획자로 부르는 사람. 플레이스 캠프(Playce Camp) 제주와 성수를 만들어 가는 콘텐츠 기획자, 김대우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다.

 

김대우 제너럴 매니저가 만들어 가고 있는 플레이스 캠프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가깝다. 그런데도 김대우 제너럴 매니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담아온 이유는, 그가 플레이스 캠프를 시작한 과정이나 이유에서 우리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데 필요한 힌트를 얻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우, 플레이스 캠프 제너럴 매니저

월간서른(이하 생략):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대우(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김대우입니다. 저를 소개하자면, 한 분야에만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관심이 가는 것들을 두루두루 상업화해봤다는 관점에서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고요. 취미나 기획에 멈추지 않고 사업으로 연결해 론칭 후 직접 운영하거나 간접적으로 운영 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사업개발 전문가라고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맡은 플레이스 캠프는 어떤 곳이고,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플레이스 캠프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인큐베이팅 플랫폼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먼저 복합문화 공간 관점에서 보자면 플레이스 캠프에 방문하는 분들은 음식, 액티비티, 페스티벌, 굿즈, 아트 등의 콘텐츠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에 있는 브랜드나 굿즈의 대다수는 새로 생긴 것인데, 성공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발굴해서 들여놓기도 합니다. 플레이스 캠프와 결이 맞고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브랜드와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플레이스 캠프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사업 방향을 제시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실행이 방향성에 맞게 구현되었는지, 퀄리티는 일정 수준 이상인지 지속해서 점검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의 처음과 끝에 언제나 제가 있죠.

플레이스 캠프 전경 ⓒPlayce Camp

'플레이스(Playce)'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네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플레이(Play)'라는 단어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많은 것이 담겨 있어요.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흔히 말하는 성공 등 외면적 가치를 좇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선진국들도 겪었던 수순이죠. 이제 외면적 가치보다는 내적인 가치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은 뭐지? 나에게 재미있는 것, 즐거운 것은 뭐지?' 이런 고민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플레이'더라고요. 플레이에 단순히 즐기고 논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플레이스 캠프를 만들 때 함께한 사람들과 논의한 끝에 '플레이(Play)'와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긴 '플레이스(Place)'의 합성어인 '플레이스(Playce)'라는 이름으로 결정했어요.

 

플레이스 캠프에서는 '제너럴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시던데요.

플레이스 캠프 제주의 총괄 운영자로서의 호칭이 필요했어요. 의도치 않게 법적인 업태를 호텔로 했는데, 총지배인의 '지배'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총지배인의 영어 표현인 제너럴 매니저를 호칭으로 쓰게 되었고 현재는 그 줄임말인 'GM'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요.

 

직원들에게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 GM이라고 소개하면 주임으로 오해하기도 해요. (웃음) 최근 플레이스 캠프 성수로 확장하면서 카페나 레스토랑 등 다양한 종류의 사업으로 확장하게 되어서 호칭을 변경하려고 고민 중이에요.

 

플레이스 캠프를 시작하기 전, 10번에 가까운 이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이 매우 컸어요. 생각해 보면 영화라는 작업과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제너럴리스트가 추구하는 성향이 담겨 있어요. 서사가 담긴 시나리오가 있고, 화면이 있고, 음악이 있고, 배우의 연기가 있죠. 이런 복합적인 것이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작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공모전도 응모해 봤지만 떨어졌어요.

 

그 와중에 한 영화사에서 대학생 영화 모니터 요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어요. 새로 만드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영화 촬영 현장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화감독은 제 길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너무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느낌이었달까요. 대신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영화 프로듀서를 새로운 꿈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영화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영화사에 계시던 분이 독립해서 영화사를 만드셨어요. 제게 같이 일해보자고 하셔서 기획실장 역할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요. 실장이란 말이 멋있어 보여서 스물세 살에 영화사 창립 멤버가 되었죠. 꿈은 컸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투자를 받으러 뛰어다녔고,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준비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아요.

영화사 근무 당시 사진 ⓒ김대우

그 뒤로도 계속 창업가의 경험을 이어오셨던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후 여러 회사에 다녔습니다. 특히 대기업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카드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컨설팅 회사로 이직하면서 좋은 멘토를 만나 기획에 관해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든 기획은 본질을 정의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과 모든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입장에서 설계하고 다듬는 과정이 진정한 의미의 기획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죠.

 

그 후에는 커머스 플랫폼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보통 컨설팅 회사에서는 분석력에 비해 제안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창업 경험에서 쌓은 직관과 분석을 토대로 현실성 담긴 제안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경영진이 좋게 봐주었는지, 경영진이 추진하던 영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죠.

 

얼핏 듣기엔 특별할 게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어 학원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영어 도서관 사업을 기획해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50명 규모의 사업체로 확장했고 월 영업이익을 흑자로 만들어냈어요. 전혀 모르던 영역을 맡았던 탓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평생에 걸쳐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영역을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한 덕분에 사업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어요.

* 공동 출자에 의해서 설립된 회사

 

이직을 많이 한 분들은 경력 관리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인데요. '내가 이 회사를 너무 짧게 다녔나? 도망치듯 떠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되고요. 이런 분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회사에 가야겠죠. 저도 그랬어요. 제가 만난 사람들의 99%가 도망치듯 이직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도망치듯 이동했느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이직한 게 맞냐는 거죠.

신기한 건 자수성가한 사업가 중 다수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던 제 경험을 경청해 주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가 진심이 아니면서 단지 정답처럼 보이고 싶은 답을 이야기하는지, 정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지 더 잘 분별해 내는 것 같아요. 만약 인사담당자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표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 저는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꽤 먹히기도 했고요.

감수성과 재정의: 자기다움의 시작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30대 직장인 대상 강연에서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기획은 경영의 기본이에요. 우리는 모두 잠재적 퇴사 준비생이자 잠재적 자영업자잖아요. 40대에 준비를 시작해서는 늦습니다. 조바심도 너무 나고 머리도 굳어 있는 경우가 많죠. 30대는 사회와 조직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여지도 많아요. 그래서 30대에 퇴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퇴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 이때 필요한 기본 역량이 기획력입니다.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획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남들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 그래야 자기다움과 깊이를 담아낼 수 있어요.

 

대우 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즉 자기다움을 담은 서비스나 사업을 기획한 사례가 있을까요?

플레이스 캠프를 준비하며 특별히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선택은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나에게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경험이나 기억들, 일의 방식을 목록으로 먼저 정리하고 그것을 사업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하는 순서로 기획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 영화, 공연, 클래스, 페스티벌, 굿즈, 전시 등이 한데 모였죠. 하지만 사람들은 플레이스 캠프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즐기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합니다.

아이디어를 메모로 옮겨 놓은 에버노트 화면 ⓒ김대우

자기다움을 담은 기획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발상의 전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벤치마킹만으로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삼형제 중 막내로 자라면서 부모님께서는 제가 시도하고 싶은 것을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그 과정에서 저 자신이 느끼는 점이 많았고, 메모와 기록도 많이 했어요.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쌓이다 보니 제 안에 많은 관심사가 생겼습니다. 동시에 감수성이나 직관력도 함께 키워지지 않았나 싶어요.칼을 갈듯 감수성의 결을 
날카롭게 다듬어두어야 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도 질문을 많이 던져요. 그런데 직원들이 답을 고민할 때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라 제가 좋아할 답이 뭘까 고민해서 답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저는 당신이 느끼는 바를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라고 요구하죠. 스스로 의견을 정리해 보고 정의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직원도 많아요.


경험한 후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정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거군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소 떠오를 때마다 수시로 정리해야 해요. 사업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저는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사업이 잘될지 안 될지 추측하는 것보다는 이 사업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애착이 얼마나 강하고 그를 위해 얼마나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정리한 적이 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를 혼자서 정리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피드백을 받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요. 인맥이 부족하거나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의견을 듣기 어려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회사에 가면 동료가 있잖아요. 그들에게 이야기하면 피드백을 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플레이스 캠프만 해도 저에게 "이런 것 좋지 않냐?"면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회사 사람에게 말하기 어렵다면 친구들에게 물어보세요. 저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 전에 주변 사람 두 명에게는 꼭 물어봐요. 한 명은 아내, 다른 한 명은 친한 친구예요. 적어도 이 두 사람만큼은 진솔한 피드백을 줘요. 그들의 피드백이 제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요. 

 

하지만 이따금 잘 모르는 사람의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혹시 낯선 사람 효과라는 말 아시나요? 이미 나랑 친하고 잘 아는 사람은 나에게 직언해줄 확률이 높지 않기에 때로는 적당히 거리가 있는 낯선 사람의 객관적인 피드백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거죠. 나에게 정확한 피드백,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해요.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하는데 금전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내가 지금 하려는 게 돈이 될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돈이 되어야 지속할 수 있어요. 기획과 아이디어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결국 그 후에는 이 아이디어를 좋아해 줄 만한 사람이 몇 명일지 가늠해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리스크의 크기는 투자한 돈의 크기에 비례해요. 사업 초기 3년은 적자일 수 있지만, 5년 후 은행 금리 이상을 배당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00억을 3% 금리로 은행에 예금하면 1년에 3억, 5년이면 15억의 이자가 생겨요. 사업을 통해 1년에 10억씩 적자가 생겨서 3년간 30억의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4~5년차 2년 동안 45억의 이익을 만들면 순이익은 15억 원이 됩니다. 은행 금리와 같은 금액이 되는 거죠.

지속적인 자기 발견: 일을 만들어 나갈 때 중요한 것

사업을 기획하고 전개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제일 커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는 '나 혼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도 들고요. 하지만 이 공포감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에 답할 때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하려 해요. 첫 번째는 부정적인 결과를 의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부정적이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의도하는거죠. 두 번째는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모른척하거나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에요.

 

저는 이 두 가지 관점을 늘 적용하려고 했어요. 안 좋은 결과를 내고자 한 적도 없고, 불안한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데 나 몰라라 눈감은 적도 없습니다. 두 가지 기준을 지키다 보니 새로운 일을 할 때 불안감이나 공포감이 들 때도 '해도 될 거야'라고 생각하게 돼요.

 

'나 혼자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지점에서는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믿었던 상대가 변하는 경우도 있었죠. 지금은 '애초에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고, 나 스스로 이겨내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하루만이라도 교감할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나와 맞는 사람이 있으면 감사하며 일하자'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김대우 제너럴 매니저 ⓒ김대우

대우 님의 마인드컨트롤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본인을 위로하는 방법이 있나요?

명상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어찌 보면 명상은 마음 속 쓸모없는 쓰레기들을 확인하고 마음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에게는 글쓰기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쓰죠. '그래 됐어, 잊자' 하면서. 글쓰기를 하면 마음의 쓰레기를 버리는 효과가 있어서 마음 관리가 됐어요.

 

쉬지 않고 새롭게 자신만의 놀이(play)를 찾으시는 것 같은데요. 대우 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추상적이긴 하지만
저 스스로가 행복감을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가정과 일에서 오는 행복이 있어요. 제가 딸과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37개월이에요. 주말을 앞두고 금요일 밤에 오랜만에 놀아주면 서먹해 해요. 그러다가 토요일 저녁쯤 되면 아빠 껌딱지가 되죠. 아빠가 제일 좋다며 안아주는데, 그때 정말 행복해요.

김대우 매니저의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이 되어주는 가족 ⓒ김대우

물론 일에서 오는 행복도 있어요.  플레이스캠프가 운영하는 카페 '도렐'의 오픈 초기 시절, 전지현 씨가 방문해서 커피가 맛있다는 칭찬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청 행복했어요. 우리 세대에게 전지현 씨는 어마어마한 사람이었거든요. 그 외에도 제가 애초에 상상한 방향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도 행복하죠.

 

자기다움을 계속 강조하셨잖아요. 오늘의 김대우가 가진 자기다움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저 자신을 자꾸 정의해 보곤 하는데, 사실 제너럴리스트도 사업 개발 전문가도 확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떠오른 단어가 있어요. '버물러', 버무리는 사람이요. 음식의 맛은 매뉴얼이 아니라 손맛에서 나온다고 하잖아요. 얼마나 멋진 방향을 제시하느냐, 얼마나 솜씨 좋게 버무리느냐가 '버물러'의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이라 생각해요. '프로 버물러'가 되고 싶어요.

 

프로 버물러로서 대우 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안에 있는 욕구 중 하나가 앞에 나가서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토크를 하는 거예요. 앞에 나서기 전에는 엄청나게 떨다가도 나가서 청중을 한 번 웃기면 확 풀려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저에겐 무미라는 별칭이 있어요. 없을 '무(無)'자에 눈썹 '미(眉)'자를 쓰는데, 실제로 눈썹이 별로 없어서 생긴 별명이에요. 한때는 콤플렉스였는데 점점 그 단어가 좋아지더라고요.

 

앞으로 '무미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 해요. 죽음, 친구, 애인, 자녀, 직업, 취미 등 인생에서 마주해야 할 주요한 키워드를 갖고 플레이스 캠프 스피닝 울프에서 살롱을 열어보고 싶어요. 2019년 안에는 무조건 시작할 것이라는 첫 공식 선언이에요. 이 콘텐츠를 통해 저 자신에게도 강제성을 부여하고 싶어요.

월간서른's Comment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캠프를 만들고 운영하는 김대우 제너럴 매니저가 만드는 공간과 콘텐츠에는 '자기다움'이 담겨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누구의 지시나 압박이 아닌, 내가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때 행복한지 아는 일 역시 쉽지는 않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경험해 보자. 작은 경험들이 쌓여 '자기다움'을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