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행은 얼마나 지속될까?
멋진 곳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찾아가 보면 김이 샌다. 유행하는 '힙' 요소를 모아 두루뭉술하게 버무린 인테리어 디자인, 옆 동네의 어느 공간을 복사해 붙여다놓은 듯한 감성, 카페이지만 커피 맛에는 관심 없는 듯 예쁘게만 꾸며놓은 메뉴, 기본 룰조차 알 수 없는 운영 방식….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공간들도 인스타그램 피드에 전시되기만 하면, 엄청난 집객이 이루어진다. 공간이 지닌 진짜 분위기는 거세된 채 납작하게 편집되어 피드를 수놓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핫 플레이스'의 유행.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열렬히 찾아다니며 주말을 보내던 이들은 정말 그 공간에서 자신의 기대를 충분히 채웠을까?
온라인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오프라인 공간들의 편집된 이미지가 오르는 일은 오프라인 공간들을 온라인에, 인스타그램적인 이미지에 종속시키는 것만 같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의 유행은 얼마나 지속될까? 그다음은 없는 걸까?
- EDITOR 이경진
후각과 공간감을 기반으로 한 공간의 가능성
동시대 공간 디자인은 특정 문법에 갇혀 있다. 파스텔 톤 인테리어, 로즈 골드색으로 반짝이는 기물, 다채로운 무지개색 오브제, 초록 기운을 풍기는 식물들, 흰 대리석 상판의 테이블, 타일로 마감한 바닥, 네온사인을 활용한 사이니지(signage)*, 폐목재의 활용,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조명… 그 중심에 인스타그램이 존재한다.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인스타그램의 공간 문법을 통해
기존의 공간은 편집되고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인스타그램적 공간(Instagrammable Space)'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이 인스타그램에 매달리는 현 상황은 얼마나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관련 기사: "맛도 전시도 '비주얼 갑'이 뜬다"... 인스타그램이 바꾼 것 (중앙일보,2018.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