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좀 다르다

벌써 몇 년째,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형 누아르와 스릴러가 주류를 이루면서부터 캐스팅만 보고서는 도무지 이게 지난달 개봉한 영화인지, 다음 달 개봉한다는 영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썰어버리거나 묻어버리거나 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은 남자로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캐릭터가 겹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레 여성 캐릭터는 비주류에 머물렀고 조연 이하의 비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1990년대에도, 2000년대 초반에도 괄목할 만한 여성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2019년은 좀 다르다. 그동안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예정되어 있어서다. '볼 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고 투덜댔다면 올 한 해는 식상한 '싸나이' 영화 대신 이런 영화들을 택할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은 이토록 반갑다.

- EDITOR 서동현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 연대기

1990년대 심은하, 고소영, 전도연으로 대표되는 트로이카 시대가 막을 내리고, 2000년대에는 전도연이 독보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캐스팅 0순위로 불렸던 전도연은 어떤 캐릭터도 물불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배우였다. 그녀는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의 정점을 찍었으나 <카운트다운>(2011)부터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2010년대에는 배우로서 흥행력을 상실했다.

<밀양> 영화 포스터 ©밀양2000년대에 전도연이 감독들의 욕망을 충실하게 채워주는 팔색조 배우였다면, 한국 장르 영화의 대중적 성공을 묵묵히 이끌었던 여배우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은 하지원이었다. 호러 퀸으로 시작한 그녀는 섹스 코미디 <색즉시공>(2002),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2009) 등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2010년대 한국 영화는 제작비가 급상승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도둑들>(2012) 같은 멀티 캐스팅 영화의 붐이 일었다. 눈부신 카리스마로 김혜수와 전지현이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여자 배우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영화 투자가 전적으로 남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시나리오 개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