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행복의 상징이 아닌 시대

더 이상 물건이 행복의 상징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제 행복의 상징은 무엇이 될까? 프랑스의 기호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명저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가 만인의 것이 되는 순간, 소비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할지 모른다"라고 예측했다. 이제 그 예측이 적중하려 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될" 미래에 찾아올 '물욕 없는 세계'의 개요를 정리해보자.

 

우선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생활 잡화와 생활필수품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점점 가격이 싸질 것이다. 한편, 명품은 의도적으로 더 비싸질 것이고,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보통 사람들은 명품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잃고, 그것을 시대에 뒤처졌다고 간주하게 될 것이다.

 

주문자 생산이나 핸드메이드 상품은 더 퍼지겠지만, 이것들은 개별성이 너무 강해서 그 사람을 꾸며주지는 못한다. 그렇게 되면, 그가 사는 물건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일도 적어진다.

동경과 선망의 소비가 급감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한편으로 "내(우리)가 원하는 것은 내(우리)가 만든다"라는 생각은 메이커 무브먼트의 영향 덕에 점점 정착할 것이다. 원하는 것은 직접 만들고 교환한다. 수동적 소비 대신 주체적인 소비와 생산이 장려될 것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의 가치 기준도 변할 것이다. 새롭다, 보기 좋다, 기능이 많다, 고급이다 같은 가치보다는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다, 신용 혹은 신뢰할 수 있다, 오래 쓸 수 있다, 공익적이다 같은 가치에 중점이 놓일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후자야말로 '소비'의 본질적 의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반자의적으로 사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20세기 후반의 고도성장, 대량 소비, 대량생산 시대에 행복이란 쇼핑 목록을 채워가는 것이었다. 명품 옷, 고급차, 대형 가전, 아파트 또는 주택, 심지어 별장을 구입해 쇼핑 목록을 채워가는 것을 행복의 증거라고 여겼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는 그야말로 쇼핑 목록을 채워가는 내용의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삶의 기술(The Art of Life)>에서 이런 사실을 실로 잘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