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변화한다

예전에는 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 모여 정해진 시간에 하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같은 시간에 각자 원하는 채널이 다를 때는 타협과 협의가 필요했다. 리모컨을 쥔 자가 곧 그 집안의 실세로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일은 없다. 이제는 각자의 스크린이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는 시공간의 제약을 쉽게 넘나드는 특유의 매력으로 '혼자'의 무료함과 쓸쓸함을 달래줄 최고의 친구가 되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전 세계에 나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를 '구독자수'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주류 미디어에서 모두를 위해 큐레이션한 단일한 공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로만 큐레이션한 세상에 살고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채널은
보지 않으면 그만인 세상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연결된다. 네이버 뉴스 댓글은 점점 더 보수적 색채를 띠어가고, 반대로 트위터는 진보적 성향이 주류다. 나의 취향에 딱 맞춘 유튜브 메인 화면을 보다 보면 세상에 온통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브이로거*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친구가 필요한 순간에 뿅하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랜선 친구다. 이들은 TV처럼 방송시간을 엄격히 지키지는 않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브이로그(V-log)'를 만드는 사람

 

BJ와 시청자들 사이에는 대략 몇 시부터 몇 시간 동안 방송한다는 암묵적 이해가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단순히 예능을 소비하듯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노는' 것이기 때문이다.

ⓒGianandrea Villa/Unsplash매일 밤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요인은 그들이 공유하는 취향이다. '그 BJ에 그 시청자'라는 말이 있다. 결국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 채널로 모여든다는 뜻이다. 이들의 관계는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만들어졌다 휘발되기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친구를 넘어 랜선 아빠도 등장했다. 같이 사는 나의 진짜 아빠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감해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아빠 ASMR' 채널에는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린다.

아빠 영상 잘보고 있어요. 정말 우리 아빠가 저한테 톡이나 말로 하시는 것을 그대로 여기서 보고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아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