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변화한다

Editor's comment

- 이 리포트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 연구진인 김정구, 박현영, 신수정, 염한결, 이예은, 이효정 저자가 쓰고 북스톤에서 2018년에 출판한 <2019 트렌드 노트: 생활 변화 관찰기>를 재구성 및 편집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 모여 정해진 시간에 하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같은 시간에 각자 원하는 채널이 다를 때는 타협과 협의가 필요했다. 리모컨을 쥔 자가 곧 그 집안의 실세로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일은 없다. 이제는 각자의 스크린이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는 시공간의 제약을 쉽게 넘나드는 특유의 매력으로 '혼자'의 무료함과 쓸쓸함을 달래줄 최고의 친구가 되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전 세계에 나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를 '구독자수'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주류 미디어에서 모두를 위해 큐레이션한 단일한 공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로만 큐레이션한 세상에 살고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채널은
보지 않으면 그만인 세상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연결된다. 네이버 뉴스 댓글은 점점 더 보수적 색채를 띠어가고, 반대로 트위터는 진보적 성향이 주류다. 나의 취향에 딱 맞춘 유튜브 메인 화면을 보다 보면 세상에 온통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브이로거*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친구가 필요한 순간에 뿅하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랜선 친구다. 이들은 TV처럼 방송시간을 엄격히 지키지는 않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브이로그(V-log)'를 만드는 사람

 

BJ와 시청자들 사이에는 대략 몇 시부터 몇 시간 동안 방송한다는 암묵적 이해가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단순히 예능을 소비하듯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노는' 것이기 때문이다.

ⓒGianandrea Villa/Unsplash매일 밤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요인은 그들이 공유하는 취향이다. '그 BJ에 그 시청자'라는 말이 있다. 결국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 채널로 모여든다는 뜻이다. 이들의 관계는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만들어졌다 휘발되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