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묻어나는 레트로의 향수

리테일은 레트로 트렌드가 잠식한 대표적 영역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레트로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드러난다.

 

첫째는 예전의 콘텐츠를 끌어와 새로운 브랜딩과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롤러장, 오락실, 만화방 등 주로 놀이공간의 리메이크 형태로 나타난다. 이 경우 단순히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타깃의 연령대나 범위를 재설정하는 점이 눈에 띈다.

 

둘째는 스타일로 레트로를 수용하는 공간이다. 콘텐츠 자체는 동시대적이지만 과거의 낡은 양식을 의도적으로 차용했다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카페나 외식 공간에서 두드러진다. 재미있는 점은 공간 대부분이 특정 연대를 정확히 고증하고 모사하기보다는 여러 시대의 양식을 혼합한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의 폴 그레인지(Paul Grainge) 교수는 현대 레트로의 특징을 '노스탤지어 모드(nostalgia modes)'라고 규정했다. 그는 내용보다는 형식과 표현, 감성이 중요한 것이 오늘날 레트로 트렌드의 특징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레트로 스타일 인테리어의 혼재된 양식이 증명하고 있다.

만화방과 롤러장의 귀환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다시 '방'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순적이지만, 단절되길 원하면서도 연결되길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물론 이런 공간이 예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다. 좋은 예로 만화 카페를 들 수 있다.

 

흔히 만화방으로 불리던 이 공간은 과거에는 주로 '아재'들이 짜장면을 먹으며 성인 만화나 들춰 보는 장소였다. 대한민국 학교보건법상 청소년 유해 업소로 지정되기도 했으니 영 틀린 말이라곤 할 수 없다.

프렌차이즈 만화 카페, 섬. 푸른 바다와 백사장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디자인은 기존의 만화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어낸다. 볼 풀, 해먹 등도 설치해놓았다. ⓒ즐거운작당그런데 최근 몇 년간 만화 카페 붐이 일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홍대 앞에 문을 연 '즐거운 작당'이 깔끔한 인테리어와 브랜딩으로 화제를 모으더니 섬, 벌툰, 콩툰, 놀숲 등 프렌차이즈 만화 카페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공간들은 예전의 퀴퀴한 만화방이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그에 맞춰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일부 만화방은 바, 고양이 카페 등과 이종 결합하기도 했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6년 신사동의 콘셉트 스토어 BAT에서 '만화는 제9의 예술이다'를 주제로 실험적인 만화방 '코믹북, 더 레드'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