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높았던 시차의 벽

솔직히 자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인 리모트워크를 하기 전, 우리는 이미 한국에서 충분히 연습했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업무량과 시간을 조절하는 연습을 했다. 원활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각종 툴을 활용한 업무 방식도 익혔다. 물론 이러한 대비는 현지에서 리모트워크를 할 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가 결코 연습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시차

대개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의 리모트워크는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다. 일을 사무실에서 하든, 집에서 하든,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하든 나에게 11시는 상대에게도 똑같은 11시다. 간혹 일본이나 중국으로 출장을 가더라도 대부분 시차가 한두 시간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업무 시간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과 7~8시간 정도 시차가 나는 유럽은 다르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시차는 7시간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출근하는 오전 9시는 네덜란드 시각으로 새벽 2시다. 네덜란드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출근할 즈음이면 한국은 오후 4~5시로, 직장인들은 슬슬 일을 마무리할 때다.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 봐야 하루에 두 시간을 넘기 어렵다.

그렇지만 시차는 잘만 이용하면
업무 속도를 두 배로 올릴 수 있는
엄청난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직원이 월요일에 기획서를 작성한 후 네덜란드로 보내 놓고 퇴근하면, 네덜란드에 있는 직원은 출근 후 그 기획서를 바로 리뷰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에 있는 직원은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네덜란드에서 온 리뷰를 바탕으로 다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한 번 시차에 쫓기기 시작하면 비효율은 두 배로 커지기도 한다.

 

처음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서 낭패를 봤다. 네덜란드에서 한참 일을 하던 도중 한국에 있는 직원과 의논할 일이 생겼는데, 시계를 보니 한국은 이미 자정을 향해가는 늦은 밤이었다. 서로 연락만 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결국 하루가 지연됐다.

 

이러한 비효율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시에 일하는 '동시 업무 시간'을 정하게 됐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후 4~6시, 네덜란드 시각으로는 오전 9~11시였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이 시간에는 두 나라에서 같이 일했고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상시 대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이 패턴에 익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번 익숙해지자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한국과 시간을 맞춰서 일하는 모습 ©최두옥해외에서 한국의 직원들과 일하는 경우,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또 하나 있다. 한국은 시차 경계선 안쪽에 있는 나라 중에 가장 동쪽에 위치한 나라다. 이는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볼 수 있다는 뜻으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시간이 빠르다. 업무 시간으로 치면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는 셈이라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리모트워크를 할 때는
딱 그만큼 반대 입장이 된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의 직원들과 업무 호흡을 맞추려면 7시간 일을 일찍 끝내야 한다. 하루를 더 일찍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여유 있는 일요일 저녁은 한국에서 제일 바쁜 월요일 아침이다. 한국의 월요일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는 늘 일요일 오후에 일했다.

 

물론 네덜란드에 돌봐야 할 가족이 함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업무 효율 관점에서는 이렇게 하면 일의 진행 속도가 20~30% 정도 빨라진다. 반나절을 투자하고 얻는 결과니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는 옵션 아닌 필수

해외에서 일할 땐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이었다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들을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테르담 시내에서 늦게까지 행사가 있는 경우 숙소로 가는 막차가 몇 시에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해야 한다. 차를 가져가는 경우 주차는 어디에 해야 하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미리 확인해야 하며, 사무실 밖에서 미팅하는 경우에는 목적에 어울리는 카페나 식당도 매번 찾아야 한다.

 

몇 년 이상 살아온 익숙한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생활하는 순간마다 정보가 필요하고, 그 정보를 찾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거기에다 일까지 해야 하니 그야말로 24시간이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여유로운 삶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면, 해외에서 리모트워크를 할 때는 삶 자체를 영위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덜란드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온갖 정보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사는 우리의 하루는 절반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네덜란드에서 맞이한 첫 번째 주말 동안 우리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매일 아침 그날 해야 할 중요한 일 두 가지를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하루를 미리 계획했다. 시간이 많으면 중요한 일부터 하나하나 할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면 우선순위도 의미가 사라진다. 자칫하면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보내다가 꼭 해야 할 일에는 손도 못 대는 재앙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꼭 해야 할 일을 두 개씩만 정했다. 아침을 너무 늦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점심 식사 전에 하나, 이후에 하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할 일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첫째, 스마트워크 팟캐스트 5화 녹음하기. 둘째, 암스테르담의 코워킹 스페이스 중 한 군데 인터뷰하기.

 

이렇게 해야 할 일 2개가 결정되면, 이를 중심으로 그날의 시간표를 짜 본다. 오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인 팟캐스트 녹음을 중심으로 아침과 점심 식사 방법을 결정한다. 팟캐스트 녹음은 장비 준비부터 실제 녹음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아침 식사는 집 앞 카페에서 간단하게 먹기로 한다. 또 녹음이 늘어질 경우를 대비해 카페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포장해 온다.

 

오후에는 암스테르담에 가야 하므로 이동 수단을 알아볼 시간을 스케줄에 넣고, 인터뷰할 현지인에게는 출발 전에 미리 연락한다. 인터뷰를 마치면 저녁 식사를 해야 하므로, 암스테르담역 근처의 식당을 예약해 둔다.

 

이렇게 하루의 흐름이 대략 그려지면, 상황에 따라 허겁지겁 대처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 역시 줄어든다. 물론, 계획은 현실의 변수에 따라 늘 조정되기 마련이지만, 방향성과 지침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현저히 다르다.

 

두 번째 노하우는 미팅을 하루나 이틀에 몰아서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다. 리모트워크 도중에 하는 미팅은 대부분 사무실이나 숙소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팅 장소로 오가는 데 꽤 많은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보통 하나의 미팅에는 두 번의 이동 시간이 발생하는데, 여러 개의 미팅을 연이어 하면 중복되는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전체 이동 시간이 줄어든다.

 

우리는 최대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미팅을 배치했다. 이렇게 요일을 따로 정해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동선을 상당수 제거할 수 있었다.

업무 집중을 위한 공간 확보

해외에서 리모트워크를 하니 생각보다 집중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숙소인데, 그마저도 룸메이트가 있다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숙소 밖으로 나가자니 일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가 적고, 적절한 사전 조사 없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방문했다가는 이동에만 많은 시간을 뺏길 수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집중해서 업무 할 수 있는 공간을 출국 전에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 근처에 인터넷과 전원 시설이 잘 갖추어진 카페를 미리 알아두어도 좋고, 안티 카페(Anti Cafe)*와 같은 코피스(Coffee + Office) 컨셉의 카페 지점을 확인해 두는 것도 좋다.

* 식음료 서비스가 아니라 휴식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음료값이 아닌 이용한 시간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카페

 

한 달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유럽에서 보편화된 코워킹 스페이스의 멤버십을 등록해도 괜찮다. 임팩트허브(ImpactHUB), 스페이시즈(Spaces), 위워크 같은 글로벌 코워킹 스페이스는 한 지점에 멤버십을 등록하면 전국 모든 지점을 이용할 수 있어서 이동이 잦아져도 큰 걱정 없이 업무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출국할 때까지 집중해서 일할 만한 장소를 못 찾았다면 '워크폼(workform)' 사이트도 추천한다. 이를 이용하면 숙소 위치를 중심으로 일하기 좋은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고, 1회 이용권도 지원받을 수 있다. 공간별 내부 시설과 이용 조건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업무 공간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일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주는 워크폼(workform) (이미지 제공: 최두옥)

우리는 한국 위워크 을지로점 멤버십을 등록한 상태였던 터라 유럽 각국의 위워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참고로 네덜란드에는 총 3개의 위워크 지점이 있는데, 모두 수도인 암스테르담에 있다. 우리가 머무는 로테르담과는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 매일 갈 수는 없었지만, 미팅을 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해야 할 때는 이곳만큼 효율적인 장소가 없었다.네덜란드 위워크 암스테르담 지점 ⓒ최두옥로테르담 내에서 업무에 집중이 필요할 때는, 지역에서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HNK와 네덜란드의 명문대학교 에라스무스 대학(Erasmus University Rotterdam)의 최신식 도서관을 이용했다.로테르담 코워킹 스페이스 HNK ⓒ최두옥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의 최식신 도서관 ⓒ최두옥위워크 같은 글로벌 코워킹 스페이스가 실용적인 면에서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한다면, 지역의 색을 한껏 품은 로컬 코워킹 스페이스와 대학은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