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숙소 유형은?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스마트 오피스라면, 리모트워커의 업무 효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공간은 숙소다. 특히 우리처럼 한두 달 짧은 기간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 업무 전용 사무실을 임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번거롭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지점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멤버십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사무실만큼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보내는 곳이 바로 숙소다.
그래서 우리는 단조로운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다양한 숙소를 예약했다. 덕분에 각기 다른 숙소에 머물면서 공간이 업무에 미치는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장에서는 리모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유형의 숙소를 소개한다.
창의성이 필요할 땐, 보트 하우스
네덜란드는 바다를 메워 만든 나라다. 그중 로테르담은 세계 제1의 항구 도시라고 불릴 만큼 물과 배가 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육지가 아닌 물 위에 집을 짓기도 하고, 오랫동안 항해하지 않은 배를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첫 숙소는 로테르담 중심 항구 한가운데 떠 있는 4인용 보트 하우스(Boat House)였다.
밖에서 보면 평범하고 소박한 보트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조타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네 명이 오붓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침대와 샤워실은 물론이고, 요리하기 좋은 커다란 주방도 있다. 흡사 잘 만들어놓은 촬영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거실과 독립 응접실도 있다.
항구 한가운데 떠 있는 보트 하우스에 머무르면 새로운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육지에 고정된 집이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배에 머문다는 사실 자체가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사람들은 물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수면 아래에서의 경험은 더욱 드물다. 흔치 않은 시점을 경험하는 것이다.
리모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숙소 유형은?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스마트 오피스라면, 리모트워커의 업무 효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공간은 숙소다. 특히 우리처럼 한두 달 짧은 기간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 업무 전용 사무실을 임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번거롭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지점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멤버십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사무실만큼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보내는 곳이 바로 숙소다.
그래서 우리는 단조로운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다양한 숙소를 예약했다. 덕분에 각기 다른 숙소에 머물면서 공간이 업무에 미치는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장에서는 리모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유형의 숙소를 소개한다.
창의성이 필요할 땐, 보트 하우스
네덜란드는 바다를 메워 만든 나라다. 그중 로테르담은 세계 제1의 항구 도시라고 불릴 만큼 물과 배가 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육지가 아닌 물 위에 집을 짓기도 하고, 오랫동안 항해하지 않은 배를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첫 숙소는 로테르담 중심 항구 한가운데 떠 있는 4인용 보트 하우스(Boat House)였다.
밖에서 보면 평범하고 소박한 보트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조타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네 명이 오붓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침대와 샤워실은 물론이고, 요리하기 좋은 커다란 주방도 있다. 흡사 잘 만들어놓은 촬영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거실과 독립 응접실도 있다.
항구 한가운데 떠 있는 보트 하우스에 머무르면 새로운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육지에 고정된 집이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배에 머문다는 사실 자체가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사람들은 물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수면 아래에서의 경험은 더욱 드물다. 흔치 않은 시점을 경험하는 것이다.
처음 보트에 머물면 파도를 따라 출렁이는 배의 움직임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데, 한두 시간 후에는 그 출렁임에 적응이 돼서 불편함이 점차 사라진다. 낯선 변화와 혼란스러움도 익숙해진다. 물리적인 상태가 변하면, 사고도 변화하기 때문에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많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보트 하우스에 네덜란드 현지인들을 초대해서 스마트워크와 리모트워크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팟캐스트도 녹음했다.
멤버들끼리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의견들이 많이 오갔다. 보트 하우스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가 유난히 색다른 요리를 많이 시도하고, 기존의 관습과 다른 아이디어를 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어디에 머무르는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결정한다'는 책의 한 구절이 체감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집중해서 일해야 할 때는, 농장 별장
관광객들은 어느 도시를 가든 주로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시내에 머물기 때문에 외곽 지역을 알기가 어렵다. 로테르담은 번화했지만, 중심가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으로 나가면 도심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장소가 꽤 있다. 여기에는 과거 농장을 운영할 때 임시로 머물던 집을 리뉴얼해서 만든 농장 별장(Vacation House)이 많다.
이런 별장은 대부분 네덜란드 특유의 끝없는 평야와 높은 하늘로 둘러싸여 있다. 소음은커녕 자동차 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텔레비전을 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롭다. 나를 거슬리게 하는 것도, 내가 신경 쓸 것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공간에서는 강한 몰입이 필요한 일을 하거나 깊게 생각해야 할 때 도움이 된다. 집중해서 오래 고민해야 결과가 나오는 일을 해야 한다면 이런 공간이 제격이다.
흔히 집중이라고 하면, 좁고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혼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을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외부의 방해로부터의 분리이지, 좁고 답답한 시야가 아니다. 오히려 저 멀리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자전거를 타고 1km 넘게 직진을 할 수 있고, 하늘이 환하게 트여 있는 곳에서 '견디는 집중'이 아니라 '오래 가는 집중'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 평화로운 농장 별장에 머무는 동안 회사의 비전을 점검하기도 했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바쁜 일정에 미뤄두었던 스마트워크에 대한 통찰력 있는 보고서를 쓰고, 긴 시간 집중해서 집필 작업도 했다. 또한 멤버들 각자의 생애 주기 곡선(life cycle)을 그려보는 워크숍도 바로 이곳에서 가졌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느라 바쁜 건 여전했지만, 신기하게도 이 공간은 바쁨 속에서도 중요한 것에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마치 온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어떤 걱정도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보통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할 때가 그랬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뒷마당으로 나와 별과 달을 보면서 꿈을 나눴던 그 시간이 아직도 그립다.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때는, 도시 아파트
일을 하다 보면 깊이보다는 시간의 효율성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하루에 서너 개의 미팅을 소화하거나, 테트리스의 블록을 없애듯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진행되는 일을 쳐내야 하는 경우다. 이렇게 효율이 필요할 때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모던하고 편리한 아파트(Urban Apartment)가 도움이 된다.
리모트워크 막바지에 접어들자 현지인들과의 미팅이 점점 늘어났다. 거기다 귀국 전 현지에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게다가 중간중간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전화가 오면 화상회의도 해야 했다. 여유로웠던 초반과 달리, 이때는 장에 들려 저녁 재료를 살 시간조차 없었다.
이때 우리가 머물렀던 곳이 바로 로테르담 중심가인 불스(Beurs)역 근처 아파트였다. 불스는 한국의 명동이나 강남 같은 도심지인데, 대형 쇼핑몰과 카페들은 물론이고 로테르담의 많은 사무실이 이곳에 있다. 자전거 도로가 매우 잘 정비된 네덜란드조차 이 구역을 지날 때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했다. 우리가 일주일간 머문 아파트는 불스역에서 도보로 1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아파트는 최신식이었다. 거실에는 컴퓨터 화면을 대형 TV로 볼 수 있도록 애플 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방은 커다란 냉장고와 다양한 주방용 기기들, 캡슐커피 머신을 구비하고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는 분위기가 제각각인 힙한 카페와 베이커리가 즐비했다.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카페도 많아서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만드는 대신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미팅을 준비했다. 밤늦게까지 여는 대형마트는 걸어서 2분 거리에 있었고, 한국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도 자전거로 1분이면 도착했다. 교통이 편리해서 웬만한 거래처 사무실은 30분이면 충분히 다녀왔는데, 이동이든 서비스든 필요한 걸 빠르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라 업무 효율이 매우 높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아파트는 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일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준다는 면에서 코워킹 스페이스의 라운지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앞서 머물렀던 두 집이
스타일 좋은 클래식카였다면,
이곳은 연비가 뛰어난 전기차 같았다
리모트워크를 할 때는 숙소가 제2의 사무실이 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리모트워크의 기간별 특성에 맞춰 최적의 업무 환경을 조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보트 하우스에서는 창의적인 기획을 했고, 농장 별장에서는 생각이 필요한 전략을 짰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단순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업무를 쳐냈다. 이렇게 성격이 각기 다른 일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파티션 책상 하나에서 다 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