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클라우드로 작업 공간 옮기기

리모트워크의 핵심은 '스마트폰과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상에 작업 공간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리모트워크를 할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

작성 중인 파일이 회사 컴퓨터에 있어서 내일 보내드릴게요. 지금 외장 하드가 없어서 작업을 못 해요.

감사하게도 온라인으로 작업 공간을 옮기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한 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기능을 장착한 서비스들이 쏟아진다. 여기에서는 많은 이용자의 검증을 거친 클라우드 서비스 중 우리 팀이 주로 사용하는 것을 소개한다.

 

1. 드롭박스

드롭박스(Dropbox)는 주기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파일들을 보관하는 온라인 저장 공간이다. 컴퓨터에 드롭박스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내 컴퓨터에 드롭박스 폴더로 지정한 폴더가 완벽히 동기화된다. 이 동기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인터넷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내 드롭박스 폴더에 접근할 수 있다.

드롭박스 폴더 내 캡처 화면 (이미지 제공: 최두옥)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 작업하더라도 인터넷이 될 때 알아서 동기화한다. 혹시 실수로 파일을 삭제하더라도 드롭박스 서버에 파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몇 달 동안은 복구가 가능하다. 드롭박스의 폴더나 파일을 링크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 구글 드라이브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는 협업을 위한 공용 폴더가 필요할 때 가장 유용하다. 공유 권한을 단순 열람부터 내용 수정까지 세분화하여 나눌 수 있고, 구글 계정이 없어도 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 편리하다.지메일(Gmail)에서 구글 드라이브 파일 링크 적용 화면 (이미지 제공: 최두옥)

구글 드라이브의 폴더나 파일도 링크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주로 이메일을 쓸 때 첨부파일 기능 대신 이 링크를 사용하곤 하는데, 메일에 직접 파일을 첨부하지 않기 때문에 용량 부담이 없다. 또 공유한 파일이라도 언제든지 권한을 변경 또는 삭제할 수 있는데, 이는 메일이 누구에게 전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3. 에버노트

에버노트(Evernote)는 회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웹 콘텐츠를 클리핑(clipping)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다. 노트북에서든 스마트폰에서든 클릭 몇 번만으로 웹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다. 저장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포맷이 다양하고 디자인과 가독성도 좋다. 게다가 클리핑한 자료를 직접 편집할 수도 있다.

에버노트 클리핑 중인 화면 (간소화 버전) (이미지 제공: 최두옥)

앞서 소개한 서비스 모두 기본으로 제공되는 용량은 제한이 있으며, 용량을 늘리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우리는 가능하면 클라우드 공간을 가볍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추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함보다 리모트워커로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자세를 유지하려는 관점 때문이다.

*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nomad)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

 

언제 어디서나 일하려면 꼭 필요한 자료만 클라우드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자료가 많으면 공간을 확보하는 데 비용이 들고, 원하는 자료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클라우드에 저장할 최소한의 파일을 선택하는 3단계 기준을 소개한다.

  • 첫째, 없으면 절대 안 되는 파일을 클라우드에 옮긴다. 그래픽 디자이너나 영상 관련 종사자처럼 고용량의 파일을 다루지 않는다면, 통상 클라우드의 용량은 2기가바이트(GB)를 넘기지 않는다.
  • 둘째, 최근 3개월 동안 사용했던 파일들을 옮긴다. 일하면서 참고하거나 외부로부터 요청받을 가능성이 많다.
  • 셋째, 그 외의 파일은 고민하지 말고 외장 하드에 저장한다.

넷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습관화하기

앞서 리모트워크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기본값으로 하는 일하기'라고 정의했다. 사실 리모트워크를 하지 않는 직장인들도 메일, 메신저, 전화와 같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일상적으로 활용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은 미팅과 같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힘들 때 이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고, 리모트워크에서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항상 우선한다는 점이다.

 

이 우선순위의 차이가 리모트워크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사람과 가능하면 만나지 않고 이야기하자는 사람이 충돌하면, 일 자체보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 때문에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리모트워크를 시작하기 전, 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업무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일주일에 4~5번 있는 오프라인 미팅을 1회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후, 가능하면 단체 메신저, 게시판, 메일 등으로 논의를 주고받았다.

 

모든 사람이 모여서 논의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페이스북이나 스카이프를 통한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대부분 화상회의 툴에 익숙하지 않았던지라 처음 환경을 구축할 때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지만, 구축한 이후에는 별도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다. 첫 미팅에서는 참가자들의 음성이 서로 물리고 잡음도 들리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화상회의 모드에 최적화된 환경과 매너를 배워갔다.

페이스북으로 화상회의를 할 때의 모습 (이미지 제공: 최두옥)

커뮤니케이션 체질을 바꾸면서 얻은 효용은 개인의 시간 절약만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있을 때는 참가자 개개인의 일정 때문에 일주일 후에나 가능했던 미팅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대부분 당일에 소화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어디에 있든 한 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면 미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변수에서
공간 하나만 사라져도
선택지가 늘어났다
미팅이 일주일 앞당겨지면 그만큼 의사결정도 빨라졌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조직 차원에서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함께 올라갔다.

 

한 번은 컨퍼런스에 참가하던 중 한 파트너로부터 전화가 왔다. 행사가 진행되던 중이라 통화를 위해 일어날 수는 없었지만, 당시 발표 주제가 내 관심사가 아니었던지라 잠시 한눈을 팔 여유는 있었다. 그래서 통화는 거절하는 대신 문자를 보냈다.

컨퍼런스 중이라 통화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확인은 가능하니 용건을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파트너는 문자를 받자마자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앞서 공유한 몇 개의 자료를 재전송해 달라는 요청을 건넸다. 나는 스마트폰의 드롭박스 앱을 열어 다운로드 링크를 복사해 그에게 보냈다. 이후 파트너가 보낸 몇 가지 질문에도 바로 답장을 해줬다. 그 요청을 다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3분. 그전에는 통화가 될 때까지 전화를 걸어 일을 요청하던 파트너가 이제는 메시지를 먼저 보낸다.

* 오프라인 미팅의 단점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만나는 오프라인 미팅은 비용이 가장 높은 업무 방식이다. 팀장급 한 명과 일반 사원급 세 명이 참석하는 1시간짜리 미팅을 예로 들어보자. 각 직급의 연봉을 52주 x 40시간으로 나눠 개별 시간당 인건비를 계산한 후, 네 명의 인건비를 더하면 10~15만 원 사이의 금액이 나온다. 여기에 이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사용한 기회비용과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훨씬 커진다.

비싼 비용에 비해 습관적으로 하는 오프라인 미팅은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나는 평균적으로 2시간이 넘는 미팅을 일주일에 약 5~6회 참여했다. 이 중 꼭 필요하면서도 준비된 미팅은 거의 없었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그 정도는 더할 것이다.

다섯째,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 이해하기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동한다는 것은 의사소통 수단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다는 것 이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의사소통의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 차이 중 하나가 동시성이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동시에 일어난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눈 순간 내가 듣게 되고, 내가 답을 하는 순간 상대도 그걸 듣는다. 따라서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의 콘텐츠에 따라 내가 내세우는 콘텐츠가 달라지는 경우에 유용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하나하나 물어봐야 할 때나 서로의 정보를 끼워 맞춰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 때 특히 그렇다.

이런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한쪽이 많은 정보를 던져서는 안 된다

소리로 전달한 말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의 발화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뭐라고?"라는 이름의 도돌이표로 대화가 반복된다. 아래 대화를 살펴보자.

 

동료 직원(이하 생략): 아그네스, 바쁘세요?
최두옥 저자(이하 생략): 지금 회계사가 자료를 좀 보내 달라고 해서요. 잠시만요.

네, 기다릴게요.
(3분 후) 네, 이제 괜찮아요.

다름이 아니고 오늘 오후에 시간이 괜찮으신가 해서요.
무슨 일인데요?

내일 마감인 기획안 리뷰 좀 같이하려고요.
네 좋아요. 몇 시에 할까요?

몇 시가 편하세요?
2시에 나가야 해서 그 전이면 괜찮아요.

아, 그럼 1시부터 해요.
한 30분이면 되나요?

네, 이슈가 있으면 최대 1시간 예상해요.
알겠어요. 2시엔 꼭 나가야 하니 자료는 미리 보내주세요.

 

위 대화는 실제로 얼마 전 우리 사무실에서 있었던 내용이다. 내 자리에 찾아온 동료와 이 대화를 나누는데 약 5분 정도가 걸렸다. 즉, 오후 1시에 있을 미팅을 확정하는데 대기 시간을 포함해서 5분이 걸린 것이다. 만약 똑같은 대화가 네덜란드에 있는 나와 서울에 있는 직원 사이에서 메신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11시쯤 "아그네스 바쁘세요?"라는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용건이 뭔지도, 얼마나 급한지도 모르기 때문에 30분이 지난 후에야 "괜찮아요."라는 답을 보낼 것이다. (용건이 구체적이지 않은 문자에는 종일 답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첫 메시지를 보낸 지 30분이나 지난 후라 상대방도 내 메시지를 받았을 땐 다른 일을 하는 중일 테니, 또다시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다름이 아니고 오늘 오후에 시간 되시나 해서요."라는 답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시간차를 두고 질문과 대답을 할 것이고, 결국 첫 메시지를 받은 지 세 시간이 넘어서야 만날 시간을 언급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사무실을 출발한 상태라 미팅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이 대화는 없던 일이 된다.비효율적인 메신저 대화 사례 (이미지 제공: 최두옥)

이런 요청을 메신저로 할 때는, 대면 커뮤니케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신자의 관심을 받는 첫 순간, 즉 첫 메시지에 용건과 관련 정보를 최대한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아그네스, 내일 마감인 기획안 리뷰를 오늘 오후에 같이 했으면 해요. 최대 1시간 정도 예상하고, 점심 이후 5시 이전이면 언제나 좋아요. 만약을 위해 리뷰할 자료를 미리 보냅니다. 점심시간 전에 답 주세요.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즉시 답을 할 것이다.

1시에 미팅 가능해요. 자료 미리 보고 갈게요.

이렇게 하면 각자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미팅을 확정할 수 있다.효율적인 메신저 대화 사례 (이미지 제공: 최두옥)

우리는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당연하다. 비동시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디바이스와 기술의 등장은 비교적 최근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채팅이 가능한 모바일용 메신저는 2000년대 초반에야 비로소 우리 삶에 들어왔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동시적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비동시적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가 리모트워크를 시작하기 전에
'연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여섯째, 일상 커뮤니케이션 체질 개선하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꾸면서, 나는 그 영역을 점차 일에서 일상으로 확장해갔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들었던 프랑스어 과외를 페이스타임으로 전환하여 진행했고, <세바시>에서 열었던 5주간 글쓰기 수업도 첫 수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서만 들었다.유튜브 라이브로 들은 글쓰기 수업 ⓒ최두옥개인적으로 티타임을 요청하는 후배나 지인들과는 스카이프로 티타임을 가졌는데,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티타임엔 여유가 생겼다.

일과 삶에서
커뮤니케이션 체질이 변하자
하루에 주어진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대기하던 시간과 이동을 위해 도로에 버리던 시간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고, 그 비효율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열흘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기 시간과 이동 시간을 줄여서 얻은 시간으로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