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공적인 리모트워크를 위하여

파레토 법칙*은 경영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리모트워크의 준비와 실행 사이에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우리의 리모트워크 기간은 2018년 4월 1일부터 30일까지였는데, 그 한 달을 위한 항공 티켓 구입과 숙소 예약 등 실질적인 준비는 4개월 전인 2017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 전체 성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

 

당시 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다. 한국인들은 전부 워커홀릭이라는 프랑스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을 위워크 라파예테 지점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때 네덜란드 왕복 티켓이 74만 원에 나왔다는 여행사의 반가운 알림을 받았다. 베이징을 경유하는 티켓이었지만 환승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직행과 다름없는 티켓이었다. 나는 다른 멤버들에게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다.

이보다 더 좋은 티켓은 우주엔 없을 듯. 무조건 이날 출국합시다!

예상대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들 흔쾌히 승낙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티켓을 결제했다. 항공권을 구입한 후에는 바로 에어비앤비(Airbnb)에 접속했다. 사이트에 올라온 로테르담의 수많은 숙소 중에서 일하기 좋고 비용도 괜찮은 곳들을 위시리스트에 담기 시작했다. 숙박은 같이 머무는 사람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므로 일단 후보만 올리고, 결정을 나중에 멤버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네덜란드 숙소 위시리스트ⓒ최두옥

그렇게 리모트워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공권과 숙소는 리모트워크를 위한 준비 중 가장 쉬운 일이었다. 리모트워크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항공이나 숙박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많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리모트워크를 위해 꼭 필요한 준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리모트워크에 대한 선입견 깨기

솔직히 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 일하는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나만 잊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열심히 기도만 하면 일 년 내내 날씨가 맑을 거란 믿음만큼이나 순진한 생각이었다.

 

리모트워크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벽은 나와 일하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리모트워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긍정적인 답변을 준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일하는 방식도 변해야겠죠. 꼭 사무실에 있어야만 일하는 건 아니잖아요.

얼마 전 페이스북에 500여 명의 전 직원이 리모트워크를 하는 '오토매틱(Automattic)' 사례를 공유했을 때도 그랬다. 무려 13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댓글도 제법 달렸다.

페이스북에 올린 오토매틱 포스팅(이미지 제공: 최두옥)

하지만 실제로 리모트워크를 제안하면 반응은 정 반대다. 관리자, 실무자 할 것 없이 부정적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없어서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은 기본이고,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기우에서부터 일은 같이 모여서 해야 제맛이라는 시대에 뒤처진 말까지 듣게 된다. 심지어 리모트워크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소수의 인재에게만 허용된 업무 방식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미
리모트워크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수백 수천 통의 업무 메시지는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가장 손쉽게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카카오톡이나 스카이프를 통한 화상회의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도 어렵지 않고,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도 얼마든지 기획서를 확인할 수 있다. 공항이나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 놓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흔할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리모트워크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마비되고 회사 시스템이 당장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우리는 리모트워크를 하고 있었다. 한국과 유럽처럼 멀리 떨어진 리모트워크가 아니라 같은 층에 있는 인사팀과 회계팀처럼 거리 차가 거의 없는 리모트워크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게다가 각종 툴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항상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보다 대면하지 않고 일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도 메신저로 이야기하곤 한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한 번은 휴가 계획과 업무 일정이 겹친 적이 있었다. 가족들과 한 약속을 취소할 수 없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휴가 소식을 알리지 않은 채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유럽 3개국에 머무른 한 달 동안 내 거처를 알 수 있는 포스팅은 일절 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7~8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나와 일하는 동료와 파트너, 누구도 내가 파리,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마지막 날 스페인의 한 성당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전까지는.

 

우리는 이미 리모트워크를 하고 있음에도 리모트워크를 두려워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만 제대로 될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리모트워크를 믿지 않는다.

 

리모트워크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일이 바로 이 선입견에 맞서 동료와 파트너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왜 리모트워크를 연습해야 하는지, 어떻게 서로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파트너들에게는 지난 1년간 우리가 만나지 않고 일했던 날짜들을 숫자로 보여주었고, 리모트워크를 하게 될 한 달은 이 기간 중 아주 일부일 뿐임을 강조했다. 동시에 과정이 아니라 '결과' 위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별 마일스톤(milestone)*을 재정리했다.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나누다 보니 리모트워크를 둘러싼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 혹은 단계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사람들은 리모트워크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것. 그리고 그 두려움을 푸는 데에는 논리보다 변화에 익숙해질 충분한 시간과 리모트워크로 인한 이점을 담백하게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둘째, 언제나 연결될 준비

리모트워크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하는 과정에서 자주 받았던 질문이 있다.

리모트워크를 하는 동안 연락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내가 인터넷이 안 되는 오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 1990년도 아닌데, 그들은 유럽에 있는 나와 한국에 있는 본인이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마치 해외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어떻게 물건을 사야 할지 걱정하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 어머니는 처음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이 질문을 하셨는데, 내 대답은 간단했다.

한국에서 했던 방식과 같아요. 신용카드로 사면 돼요.

리모트워크에 대한 답변도 같다.

한국에서 일할 때와 같아요. 이메일, 카카오톡, 페이스북, 페이스톡으로 연락하면 돼요.

리모트워크를 하는 동안 서울에 있는 파트너와 네덜란드에 있는 내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은, 종로에 있는 파트너와 삼성에 있는 내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과 다를 게 없다. 일반적인 업무를 하기에 한국과 네덜란드의 와이파이 환경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혹은 도시 간 차이보다는
같은 국가나 도시라고 해도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

그래서 우리는 숙소와 인근 코워킹 스페이스의 환경에 더욱 신경을 썼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확인할 때에는 와이파이가 안정적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해결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이 그 집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사실을 명확히 말함으로써, 해당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환불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대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통신사 데이터를 써야 한다. 하루 5000원~1만 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통신사 로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한 달을 이용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로밍 서비스는 3G 기반이라 속도가 늦고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결국 우리는 현지 유심(USIM)카드를 선택했다. 3만 원 전후의 가격대인 현지 유심카드를 구입하면 5~10G 용량 안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 용량은 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거나, 엄청난 사진을 전송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달간 업무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유심카드 ⓒShutterstock

유일한 단점은 유심카드를 교체하면 한국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건데, 여기에도 대안은 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스마트폰을 따로 챙겨서 한국 연락용으로 사용해도 되고, 핸드폰이 하나더라도 해외 유심과 한국 유심을 교체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듀얼 유심(Dual USIM)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통신사를 거치지 않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음성 통화, 화상 통화,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터라 유심카드가 바뀌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 두 개의 유심칩을 동시에 사용하여 휴대폰 번호 두 개를 쓸 수 있는 기능

 

유심을 파는 온라인몰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살펴보면, 가성비 좋은 유심카드를 사양별로 잘 비교해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심카드를 고를 때는 첫째, 제공하는 데이터양이 어느 정도인지, 둘째, 핫스팟이 가능한지, 셋째, 위급한 상황을 위한 100분 이상의 현지 통화가 제공되는지 등을 확인하면 좋다.

 

가용 데이터는 넉넉한 편이 좋다. 요즘 나오는 상품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충전의 번거로움은 적다. 하지만 충전을 위해 유심카드 번호를 등록하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생긴다. 그래서 데이터 용량을 처음부터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편하다. 데이터 용량이 커질수록 단위 비용은 극적으로 낮아진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핫스팟 지원 여부다. 웬만한 업무는 모바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노트북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유심카드의 핫스팟 기능이 필요하다. 어떤 유심카드는 데이터와 통화량은 많이 제공하지만 핫스팟은 지원하지 않는다. 리모트워크의 핵심이 연결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이는 리모트워커에게 치명적인 제약이다.

 

마지막으로 현지 통화가 100분 이상 가능한지 확인해보자. 현지에서 지내다 보면 지역 안에서 통화가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파트너와의 저녁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도 있고, 지역 내 기차나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도 있고, 현지 파트너사를 방문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해외의 현지 유심을 파는 사이트는 온라인에 수없이 많은데, 우리는 금액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프로모션도 자주 진행하는 '유심 월드'와 '유심스토어'를 주로 이용한다. 앞서 말한 조건을 만족하면서 가성비가 높은 유심은 10G 이상의 EE유심이다.

 

구입한 유심카드는 출국 전 우편으로 받을 수도 있고, 출국일에 공항에서 가져갈 수도 있다. 시간이 촉박하면 방문 수령도 가능하다. 유심카드를 휴대폰에 넣은 날부터 사용이 시작되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충전하면 이용 기간도 자동으로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