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서 불황은 한순간이었다

2012년, 저는 세계 에너지 비즈니스의 성지라는 미국 텍사스로 박사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바다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는 해양 구조물과 그 작업을 돕는 선박의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해양 플랜트 산업*에 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습니다. 기름은 1배럴(드럼통 한 개 분량, 158리터)에 100달러를 상회했고, 200달러도 넘본다고 예측하던 시기였죠.

* 원유나 천연가스 등과 같은 해양 자원을 발굴하고 공급하는 산업

 

조선업과 해양업이 모두 호황이었던 2009~2013년은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슈퍼 사이클이었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조선과 해양 부문 둘 다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죠. 에너지업체들은 투자를 늘렸고, 뛰어난 기술을 지닌 한국 조선업체들이 발주를 가져갔습니다. 당시에 맥킨지(McKinsey&Company)를 포함한 유수의 전략 컨설팅 기업들도 한국 조선업체에 해양 산업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2015~2016년 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거짓말처럼 떨어집니다

최근 10년간 유가 추이 (이미지 제공: 김세원)

육지의 석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10달러 내외인데 비해, 바다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단가는 약 60~70달러 내외입니다. 바다 위에서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양 구조물을 만들어 바다에 띄워야 합니다. 구멍을 파고(drilling) 석유를 끌어올려 수면 위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죠. 인력은 육지에서 데려와야 하고,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노르웨이의 송가(Songa) 플랫폼 ⓒOffshore.no

 

호황에서 불황은 한순간이었다

2012년, 저는 세계 에너지 비즈니스의 성지라는 미국 텍사스로 박사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바다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는 해양 구조물과 그 작업을 돕는 선박의 제어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해양 플랜트 산업*에 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습니다. 기름은 1배럴(드럼통 한 개 분량, 158리터)에 100달러를 상회했고, 200달러도 넘본다고 예측하던 시기였죠.

* 원유나 천연가스 등과 같은 해양 자원을 발굴하고 공급하는 산업

 

조선업과 해양업이 모두 호황이었던 2009~2013년은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슈퍼 사이클이었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조선과 해양 부문 둘 다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죠. 에너지업체들은 투자를 늘렸고, 뛰어난 기술을 지닌 한국 조선업체들이 발주를 가져갔습니다. 당시에 맥킨지(McKinsey&Company)를 포함한 유수의 전략 컨설팅 기업들도 한국 조선업체에 해양 산업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2015~2016년 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거짓말처럼 떨어집니다

최근 10년간 유가 추이 (이미지 제공: 김세원)

육지의 석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10달러 내외인데 비해, 바다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단가는 약 60~70달러 내외입니다. 바다 위에서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양 구조물을 만들어 바다에 띄워야 합니다. 구멍을 파고(drilling) 석유를 끌어올려 수면 위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죠. 인력은 육지에서 데려와야 하고,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노르웨이의 송가(Songa) 플랫폼 ⓒOffshore.no

 

즉 2015~2016년 당시에는 바다에서 석유를 생산할수록 한 통에 30~40달러의 적자가 났던 겁니다. 그 후 텍사스의 휴스턴과 한국 조선업체는 4~5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습니다. 2018년 들어서 석유 가격이 70달러 이상이 된 후에야 다시 해양 석유 생산 프로젝트가 검토되는 상황입니다.

 

조선·해운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 점을 간과하고 호황기에 적절히 미래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이 힘든 세월을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4~5년을 막 지나고 나니, 석유 가격 폭락만큼이나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크게 바꿔 놓을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십(Smart Ship)입니다
지금 어떻게 대응해야 훗날 '아, 그때 참 좋은 전략으로 조선업을 다시 살릴 수 있었지' 이야기하며 기분 좋은 회상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또다시 잃어버린 5년을 겪지 않을까요?

현재를 알아야 미래에 대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율운항 선박이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전, 조선·해운업의 일반적인 특징과 한국 업계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선·해운업은 전형적인 경기 산업입니다. 모든 산업이 경기에 영향을 받지만, 이 업계는 특히 세계 경제의 경기 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경기가 활발해지면 물동량이 상승하고, 물동량이 상승하면 해운 경기가 좋아집니다. 해운 경기가 좋아지면 해운사는 물동량 처리를 위해 선박 건조를 서두르게 되죠.

조선·해운업 경기 순환 곡선 ⓒ김세원

해운사는 기본적으로 조선업의 고객사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누구나 선박을 건조하고 싶기 때문에 단가가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전략적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해운사들도 있습니다. 대만의 컨테이너 해운사인 에버그린(Evergreen)은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 동물적 감각을 동원해 컨테이너 선박을 대량 발주하기로 유명합니다.

 

한국은 수출 주도 산업 모델을 갖고 있기에 조선·해운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선업은 고용 효과와 수출액 규모가 크고, 해운업은 수출 자체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6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데다 기술 인프라도 좋습니다. 해운업은 국내 산업 기준으로 수출 규모 약 8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두 산업 모두, 최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조선업은 2015년부터 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 플랜트 부문의 부진 및 조선업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운업은 세계 경기 하락의 여파가 거셌고, 한진해운 최종 부도 처리로 인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항만시설·인력·거래선·선박 등 해운 인프라가 모두 다른 해운 기업에게 넘어갔습니다.

 

해양 플랜트 산업은 새로운 기회였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었습니다. 정형화된 상업 선박과는 달리, 해양 플랜트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기술적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초기 입찰 시 엔지니어링 비용 산정에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한국 조선소는 초기 엔지니어링 비용 산정과 청구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선박 건조 비용이 수주액을 초과해 큰 손해를 본 겁니다.

 

해운업의 경우에는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낮아진 운임비를 감당하기 위한 해운업체들의 동맹 운용 방식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시 조선·해운업이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미있는 점은 현재 조선과 해운 산업이 자율운항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로 봤을 때, 피해갈 수는 없는 큰 물결이지요.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조선·해운 업계의 향후 전망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