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소개 못 한 이야기
문학 페스티벌은 내년 3월이 되어야 돌아오지만, 페스티벌 기간 동안 관심이 갔던 책들을 읽고 관련 행사를 다니다 보면 1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사정상 리포트에 싣지 못한 올해의 세션들을 에필로그에서 간단하게나마 소개한다.
1. 폴 비티 "작품으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다"
- 도서명: 배반
- 세션 발표자 및 저자: 폴 비티
미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거머쥔 폴 비티(Paul Beatty)의 세션은 예상대로 빈틈없이 가득 찼다. 폴의 저서 <The Sellout>은 한국에서는 <배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현대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신랄하고 노골적인 표현이 넘치는 책이다. 이를테면 첫 문장으로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본 적이 없다"라며 시작하는 식이다.
한 시간 삼십 여 분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소설만큼 범상치 않은 그의 유머 감각이 돋보였다. 작품이 인종차별이라는 워낙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폴과의 대화를 이끈 진행자는 알리야 비랄(Aaliyah Bilal), 상하이에서 거의 10년째 거주 중인 작가로 10대 시절부터 폴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역시 올해 상하이 문학 페스티벌에서 20세기 초반 상하이의 흑인 음악가들에 대한 세션을 진행했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배반>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두고 인종 문제에 대한 신랄한 '풍자'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작 폴 자신은 손사래를 친다. 작품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 특히 풍자 작가라는 표현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한 관객은 본인이 속한 독서 토론 모임의 회원은 대부분이 백인 미국인인데, 회원 4분의 3 정도가 <배반>을 읽다 말고 너무 화가 나서 프롤로그만 읽고 그만뒀을 정도라고 했다.